인문학 바람이 거세다.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가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인문학이 오히려 사회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사회 초년생뿐 아니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도 열리기만 하면 만석이 되는 등 대한민국은 지금 인문학 열풍으로 가득하다.

인문학은 오래전부터 사회 전반의 기초 지식과 다양한 안목을 제공해왔으며, 문화 콘텐츠가 산업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그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어왔다. 인문학이 문화 트렌드와 콘텐츠들을 더욱 잘 이해하고 재생산해내는 기초 해석 코드들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은 다른 유행들처럼 따라 하기 쉬운 대상이 아니다.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인문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지만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낙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갈 길을 몰라 낙담하는 사람들은 인문학 공부를 위해 명사들의 강의와 관련 서적을 구입해 공부를 시작해 보지만 그것도 그렇게 녹록치 않다. 짧은 시간에 섭렵하기도 힘들뿐더러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인문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님 주신 성경은 믿는 자들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지식’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인문학 공부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상의 어느 책보다 큰 지혜가 담긴 책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기독교의 경전이면서 동시에 ‘책’이었다. 중세인들에게 책은 곧 성경을 의미했다. ‘bible’은 본래 ‘책’이라는 그리스어 ‘biblio’에서 나온 낱말이다. 물론 책 중의 책이라는 의미에서 대문자를 붙여 ‘Bible’이라고 적고 있다. 중세와 근대의 많은 신학학자들이 성서를 신학 공부의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원천으로 삼아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성서를 통해 복음 뿐 아니라 인문학 공부를 한 것이다.

성서가 책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일반적으로 글을 해독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성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성서는 기독교의 신앙과 믿음을 전제하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더구나 책 중에서도 하나님의 영감으로 만들어지고 인류의 지혜를 간직한 가장 위대한 책이다. 고전이란 단지 오래된 시간의 경과만을 자랑하지 않는다. 고전이란 인류의 오랜 역사를 관통하면서 살아남아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지혜의 빛을 인류에게 비추어주는 소중한 보물에게 붙여진 영예로운 이름이다. 그런 면에서 성서는 ‘고전’이라는 이름에 가장 근접한 책이며, 인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인문학 교과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 열풍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의 고민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우리의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등을 물으면서 사람들은 삶의 근원을 향해 성찰하고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원천, 사상의 보고로서 고전을 찾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유교 경전인 <논어>나 <맹자>를 강의하고 플라톤의 <대화>나 <국가>를 강독하는 모임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삶의 위기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고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문학 공부에 고전으로서의 성서읽기도 포함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실 성서는 기독교인만의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만인들의 책이 되어야 한다. 성서란 인류의 지혜의 보고이자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하는 위대한 문이다. 성서를 진정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해한다면, 역사적 교회를 넘어서는 성서의 힘을 우리는 다시 발견하고 발현시켜야 한다. 성서읽기는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려는 사람들에게 지혜와 빛을 부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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