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로서의 설교자

 설교자는 누구나‘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설교자의 권위는 사람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온 것이요, 하나님이 설교자에게 주신 사명이요 특권이기 때문이지요. 만일 설교자가 이러한 확신과 자부심이 없다면 설교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여겨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설교자가 설교자 자신에 대한 이해는 어떠할까요? 설교자로서의 자신에 대한 이해는‘어떻게 설교하느냐?’는 설교 방법만큼 이나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전통적으로 설교자에 대한 몇 가지의 이미지(image)가 있어 왔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Herald'(대사 혹은 선포자)로서의 설교자입니다. Herald의 개념은 이렇습니다. (편의상 ’대사‘라고 번역함) 마치‘왕의 명령’을 받아‘왕이 지시한 내용’을‘왕의 명령을 들어야 할 대상’에게‘왕적 권위’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개념을 설교자에 적용한다면, ‘대사로서의 설교자’란 설교자 자신이 정해진 장소에서 자신의 언어로 설교하지만 하나님 자신이 직접 설교자를 통해 말씀하고 계시다는 확신을 가지고 설교하게 되는데, 이때에 설교자는 자기 자신의 경험이나 해석 없이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성경의 말씀을 조금도 가감하지 아니하고 청중에게 일방적으로 선포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설교자의 임무는 자기가 하나님께 받은 말씀을 단지 선포하여 알릴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르트(K. Barth)는‘대사’로서의 설교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설교에 있어서의 선포(proclamation)적 개념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선포라는 것은 하나님 자신이 말씀하신 것을 인간의 용어로 다시 말한 것인데 마치 왕이 명령한 것을 그의 대사가 전달해 주는 것과 같다. 그것은 생명과 죽음에 관한 것이고 하나님의 심판과 용서 그리고 영원한 율법과 복음에 관한 것이다.”목사님
들에게 물었습니다. 본인은 설교자로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느냐고. 많은 목회자들이 본인 자신이‘대사로서의 설교자’라고 대답을 하든지 아니면‘대사로서의 설교자’가 되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대사로서의 설교자’의 이미지는 확실히 긍정적인 강점이 있습니다. 설교자로 하여금 성서 본문에 충실하게 만들고, 전달해야 할 중요한 메시지에 온 정성을 기울이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입장에 있는 설교자는 두 가지 책임을 가지게 되는데, 하나는 메시지를 똑바로 받는 일이고, 또 하나는 그 받은 메시지를 솔직하게 전하는 것입니다. 이 입장에 있는 설교자는 기독교의 교리를 변호하려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설교를 듣는 자들의 도전에 대해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메시지 자체를 말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대사로서의 설교자’의 이미지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설교자의 인격, 개인적인 견해, 종교적인 경험이나 예화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사학이나 의사소통 방법도 무시됩니다. 설교자의 책임도 사라지고 맙니다. 설교에 있어서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는 설교자의 일이고 따라서 설교자에게 책임이 있는데도 말입니다.‘대사로서의 설교자’의 입장에서는 상황(context)도 고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설교자의 개인적인 성격과 설교자와 청중과의 관계성 또한 무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더 아름다운 설교나 더 우수한 설교를 만들려는 노력도 불필요하게 여겨질 뿐 아니라, 설교자로서의 예술가가 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 다양한 설교자의 이미지를 살펴보면서 나는 어떤 설교자이고, 어떤 설교자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목사 백운주

인천중앙교회 담임목사
서울신대 설교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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