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주만 따라 가오리니 어느 누가 막으리까 죽음인들 막으리까 어느 누가 막으리까 죽음인들 막으리까’. 찬송가가 천금의 무게로 다가온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길이 영광의 길 혹은 안락의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찬송가를 제대로 부를 수가 없다. 죽음조차도 주를 따르려는 열정을 막을 수 없다는 결심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샤를 드 푸코의 기도문이 생각난다.
“나의 아버지/이 몸을 당신께 바치오니/당신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저를 어떻게 하시든지/감사드릴 뿐입니다/저는 무엇이나 준비되어 있고/무엇이나 받아들이겠습니다/아버지의 뜻이 저와 모든 피조물에게서 이루어진다면/그밖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내 영혼을 당신 손에 도로 드립니다/하나님께 영혼을 바치옵니다/이 마음의 사랑을 다하여 하나님께 영혼을 바치옵니다/당신을 사랑하옵기에/이 몸을 드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저의 사랑입니다/남김없이 이 몸을 당신 손에 맡깁니다/끝없이 당신을 믿습니다/당신은 나의 아버지시기 때문입니다/아멘”
주님의 부름 받은 자로 산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인간적으로 보면 그다지 행복한 길은 아니다. 그런데 부름 받은 자답게 살지 못하는 우리들을 보면서 더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것은 ‘함께 하고 싶으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의 일에 동역자들이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자기를 뛰어넘어야 한다. 안락한 삶과 신앙적 삶은 양립하기가 참 어렵다. 모세는 불붙은 떨기나무 속에 현현하신 하나님과 만난 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았다. 불평하는 백성과 그 백성들에 넌더리를 내며 진노하시는 하나님 사이의 경계선에 서서 둘 사이를 중재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참 힘겹고도 외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주기철 목사는 1935년 12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렸던 평양신학교 학생 부흥회에서 <일사각오一死覺悟>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그는 예수를 믿어 복을 받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제단 앞에 제물로 바쳐지기를 바라는 사람이었다. 예수님의 관심이 무엇인가? 그의 백성 그의 자녀 바로 몸된 주님의 교회요 우리들이다. 예수님은 교회에서 눈을 떼지 않으신다. 주님은 마태복음 16장에서 이 세상 속에 내 교회를 세우시되 반석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하셨다. 사람의 교회가 아니다. 유력한 자의 교회도 아니다. 사람들 앞에 보여줄 교회도 아니다. 몇몇이 모여 친목하는 공간도 아니다. 주님이 교회를 세우신 것은 어마어마한 섭리가 있다. 교회가 세워지는 것은 이 세상 속에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키기 위해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상의 교회는 전투하는 교회이다. 늘 악한 영들과의 싸움이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전투가 벌어진다.
이렇게 일사각오, 설레임과 사명감으로 걸어가는 신앙의 순례 길에 가장 큰 혼란이 있다. 그것은 육안으로는 도저히 분간하기 어렵다. 그것은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나타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넘어가고 있는 것을 내가 모른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교단과 교회를 파괴하고 노략질 하는 이리가 있다. 이것을 이기고 분별하는 가장 큰 무기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말씀으로 무장하고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무장하면 사탄의 괴수가 온다 해도 이길 수 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들에게 진리의 길, 생명의 길, 십자가의 길을 가라고 했다. 주님의 길을 따르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제어하고 자제해야 한다. 그래서 주님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고 좁은 길로 걸어가라 하셨다. 너무 편한 길 찾지 말자! 주님 앞에 설 때에 여러분은 무엇을 보여 줄 셈인가!
교단 총회를 앞두고 있다. 우리 모두 조금 더 힘들더라도 더 좋은 교단을 위해 전진하자. 과거의 답습이 아닌 혁신을 통해 하나님의 새 일을 꿈꾸는 교단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예’는 당연히 ‘예’이지만 ‘아니요’는 분명히 ‘아니요’ 함이 옳다. 약간의 혼란과 잡음 때문에 하나님의 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단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 혁신과 부흥의 적임자를 선택해야 우리 교단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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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