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주 목사
인천중앙교회 담임목사
서울신학대학교 설교학 겸임교수

한 설교에 하나의 주제를

 미국 설교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유머가 있습니다. “교인들이 주일 아침 설교를 듣고 얼마 만에 빨리 그 설교를 잊어버릴까요?”라는 질문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주차장에 나가 자기의 차를 타고 시동을 걸면서.”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바로 그 순간에 그날 주일 아침에 들은 설교를 잊어버린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확실히 과장된 말이고, 단순히 설교자들 가운데 사용되어지는 조크에 불과하지만 이 말 속에는 설교자의 고충과 자책(?) 그리고 더욱 더 효과적이고 더욱더 깊은 감동으로 오래 기억되어지는 설교를 하기 위한 설교자들의 고뇌가 담겨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설교자들이 설교를 듣는 회중을 향해 어떠한‘설교학적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가? 더욱 더 은혜와 감동을 주는 설교를 할 뿐 아니라 더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설교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를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그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전략 중 하나는“한 설교에 하나의 주제만을”다루는 것입니다. 신학대학교에서 신대원생들에게 한 학기동안 설교학을 강의하고 설교 실습을 시킬 때에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사항 가운데 하나는 한 설교에 너무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한 설교에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여러 주제들과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는 비단 신학
생들에게 국한된 현상은 아닌 듯싶습니다. 오랜 목회 경륜을 가지고 설교하는 목사님들 가운데서도 종종 이러한 모습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들을 교인들에게 주고 싶어 하는 목자의 심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회자의 의도와는 달리 청중들이 설교자의 설교에 집중하지 못하고 보다 더 진한 감동을 받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있다면 설교자로서 한 번쯤 자신의 설교 방법을 되돌아보고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녁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정신 집중을 하고 호흡을 조절하면서 과녁을 향해 활을 힘차게 잡아당기는 양궁선수를 상상해 보십시오. 아니면 유격훈련을 받는 군인들이 사격장에서 땅에 엎드려 총을 들고 과녁을 향해 정조준을 하고 집중해 있는 모습을. 훈련에 임한 사격장의 군인이나 우승을 바라는 양궁 선수들 중에“내가 쏘아대는 총알이나 화살 중에 아무것이나 맞아라!”고 마고자비로 산탄(散彈)을 쏘아대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설교에 있어서도 진한 감동을 주고 은혜를 끼치는 효과적인 설교를 원한다면 산탄이 아니라 타켓을 향해 정조준 하고 있는 사격수의 심정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설교자가 설교하는 한편의 설교에서 가능하면 많은 주제들을 쏘아대어(?) “이 중에 아무 것에나 은혜를 받아라!”라는 마음이 아니라면, 설교자는 신중하게 한 편의 설교에서‘하나의 일관된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진한 감동을 주는‘명작 영화’와 소위‘삼류 영화’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를 구분 짖는 몇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은 그 영화의 플롯(Plot, 구성)과 주제(Theme)의 단일성 여부일 것입니다.

 그 영화가“얼마나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는가?”라는 플롯(plot)의 문제와 더불어 여러 개의 주제가 산만하게 흩어져 있지 않고“얼마나 단일 주제로 집중하고 있는가?”라는 주제의 단일성 문제가 그 작품의 우수성을 좌우한다는 것이지요. 연극과 드라마, 혹은 소설 등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며, 설교 또한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한 편의 설교에 하나의 주제만’을 담고 청중으로 하여금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더욱더 설교에 집중하기를 바란다면 설교의 주제가 애매모호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설교자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주제를 생각하되 그 주제를 한 문장 (one clear and simple sentence)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설교자의 설교가 곁길로 나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주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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