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꾸미는 것도 아니고, 미사여구의 수사적 기교도 없고, 시적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간단하게 정답을 구하는 수학이 신학과 목회에, 그리고 신앙생활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느 수학 선생님이 신학을 하고 목회자가 되자 도대체 왜 수학선생인 나를 목회자로 세우셨는지 영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수학은 창조의 원리 속에 아주 귀중한 한 요소로 만물 속에 스며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에 수학은 곧 과학이었고 과학이 철학이며 예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수리철학과 과학을 근거한 체계가 종교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답을 구하기 위해 X라는 미지수를 대입하여 계산하는 방정식이야 말로 가장 믿음을 필요로 하는 학문입니다. 하나님은 철저한 수리체계로 세상을 디자인하시고 만드시며 운영하셨습니다.
성경을 읽어가며 우리는 그 숫자에 감동합니다. 하나님은 기본 숫자의 시작인 1로 시작하는 유일하신 한분이시며 그분은 절대적 무 즉 0에서 처음에는 2로 보는 하늘과 땅으로 구분했고, 3으로 구성하는 삼위로 존재하십니다. 그 하나님께서 혼돈 공허 흑암이라는 세 가지 상대적 무에서 세상을 만드실 때에 7이라는 숫자로 디자인 하셨습니다. 7(일곱날) 동안 만드셨고, 빨강 파랑 노랑의 삼위일체 원색에 주황, 초록, 남색을 짝지우고 맨 끝에 보라를 덧붙여 일곱색 무지개 빛으로 세상을 칠하셨습니다.
인간은 40일 마다 뚜렷이 변화하면서 7단계의 과정을 거쳐 출산한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은 또 유아기 아동기 청년기 성년기 장년기 갱년기 노년기의 일곱 시기를 거쳐 영원으로 이어집니다. 7일 주기의 태엽을 잘 감아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늘의 별들의 숫자를 세시며(시147:4), 나라의 연대를 정하시고 백성들의 거주 경계를 제한하시며(창17:26),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려가는 것까지 관심을 가지십니다(마10:29). 매일 우리의 발걸음 숫자까지도 세시고(욥14:16, 31:4) 우리의 머리카락 숫자까지도 다 계산하십니다(눅12:7, 마10:3)
시편 90편은 모세가 쓴 기도의 노래입니다. 모세는 인생의 초반 40년(궁정생활)을 애굽의 바로왕의 공주의 아들로서 화려한 생애를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40세가 되었을 때에 그만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히는 애굽 사람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이 일이 탄로가 나자 모세는 미디안 광야로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의 딸과 결혼을 하고 그의 양을 치면서 40년 동안(미디안광야생활)을 살아갑니다.
그의 나이 80세가 되어서야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됩니다. 부르심을 받은 모세는 애굽에서 430년 동안이나 종살이를 하던 이스라엘을 이끌어 내어서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는 지도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음이 완악했던 출애굽 1세대들은 광야에서 모두 다 죽고 맙니다. 다만 여호수아와 갈렙 만이 남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모세는 출애굽 1세대, 그 많은 사람들이 광야에서 티끌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이렇게 사라져 가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홍수와 같이 쓸어 가시는 것을 보고서  ‘인생이란 참으로 허무한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주의 목전에는 천 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순간 같을 뿐임이니이다.”(4절) 수학적 진리로 인생을 논하고 있습니다.
인생이 참으로 짧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사람들은 돈 버는 데만, 출세하는 데만 온 정신을 다 쏟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다 두고 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본문 말씀을 통해서 이렇게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12절)
이는 “주님! 인생의 덧없음을 알고 영원하신 여호와만을 경외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긍휼과 은총을 베풀어 주옵소서.” 바로 이러한 기도인 것입니다.

최종진 목사(성북교회·전 서울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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