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주 목사
인천중앙교회 담임목사
서울신학대학교 설교학 겸임교수

 필자는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연극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연극은 영화나 TV 드라마와는 달리 연기자가 청중 앞에 직접 나와서 연기자의 말과 표정, 그리고 행동으로써 청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합니다. 일류 배우와 이류 배우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물론 연기력의 차이이겠지요. 맞습니다. 일류 배우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30초 내지 1분 안에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무대에 서자마자 청중의 시선을 휘어잡는 배우! 그리고 한 번 휘어잡은 청중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가지고 가는 능력이 있는 배우! 다양한 청중이 모였지만 연극이 시작되면서 청중으로 하여금‘이 연극은 볼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판단하게 만들고 시선과 마음을 모으게 하는 능력이 바로 일류 배우의 요건이라는 것입니다.

설교자로서 동일한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일류인가? 물론 설교와 연극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거나 설교자와 연극배우를 동일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영화나 TV 드라마와는 달리 청중 앞에서 직접 말과 표정과 몸짓(body language)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기에 기능에 있어서 설교자와 연극배우를 비교해 볼 때에 설교자는 청중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필자 또한 설교자의 한 사람으로서‘청중이
즐겁게 듣는 설교’를 하기 위한 몸부림이 있습니다.
설교자가 설교를 막 시작하면서부터 청중의 시선과 마음을 설교에 집중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내용(content, message)과 형식(method), 그리고 전달 (delivery, communication)에 있어 모두 신경을 써야 할 부분입니다. 미국의 설교학자 유진 로우리(Eugene L. Lowry) 박사는 설교의 시작을 청중으로 하여금 감탄사 ‘웁스’(Oops)를 자아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청중으로 하여금‘이 설교는 들을 가치가 있어.’‘오늘은 설교자가 어떤 설교를 하려고 하지?’‘오늘 설교 기대가 되는구먼.’이러한 반응을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설교가 시작되면서 청중으로 하여금 감탄사‘웁스’를 자아내게 하기 위한 지혜로운 방법 가운데 하나는 설교의 서두에서 결론적인 주제를 노출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설교학자 프래드 크래독의 말처럼,“ 내용이 전개되기도 전에 결론이 먼저 나타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지 못한 커뮤니케이션 형식”이기 때문이지요. 만약에 한 편의 영화를 볼 때에 영화의 서두에서 결론이 다 노출되어버
린다면 그 영화는 더 이상 관객에게 매력을 주지 못할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설교에서도 물론 예외는 아닙니다. 설교학자 유진 로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설교에 있어서 어떻게 플롯(plot)을 구성해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했다. 심지어는 서론 부분에 한 문장으로 된 개요(핵심주제)를 집어넣도록 배워왔다. 그 결과로 우리는 드라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중앙무대로 나가서 드라마에서 하게 될 모든 중요 포인트를 발표해 버리는 멍청한 극작가와 같은 설교자가 되는 것이다. 만일 그런 일이 영화에서 발생된다고 한다면 관객들은 더 이상 영화를 볼 이유가 없어서 일어나 영화관을 떠날 충분한 이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원리는 바로 설교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교회의 강단마다 청중이 즐겁게 듣는 설교, 설교자와 청중이 함께 호흡하며 대화하는 설교, 그리고 청중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아 풍성한 은혜와 감동 가운데 전해지는 설교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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