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 교단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907년 무교동에서 시작한 성결교단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개항을 알리는 강화도조약이 1876년이니까 우리교단의 출발은 한국 근대의 시작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교단 설립 직후 교계 내외적인 비판에 시달린 우리 교단의 역사는, 강화도조약 이후 줄곧 열강과 갈등을 맺으면서 발전한 구한말 역사와 많이 닮았다. 한국인의 교단이 한국의 운명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봇물 터지 듯 하루하루 누적되는 내외의 도전 앞에서 내린 쇄국정책은 봉건제 사회의 모든 이권(利權)을 누리고 있는 세도가들의 본능적인 선택이었을 뿐이다. 세도가들의 선택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양식과 능력이 있지만 초야에 묻힌 지식인들과 평범한 백성들, 세도가를 제외한 온 나라였다. 권세를 가진 자들은 나라가 망해도 살아남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백성들과 지식인들은 나라와 함께 역사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이 지금도 반복되는 역사의 매정함이다.
106년 동안 성결교단도 수많은 부침을 겪었으나 대부분은 이권과 밀접한 몇 사람과 관련되어 일어난 일이었다. 동양선교회 이사제도 내(內)의 자치권 힘겨루기, 서북 계와의 갈등, 해방이후 원조물자의 배분문제, 그리고 ICCC 와 복음동지회의 주장 등, 이런 문제들 앞에서 우리는 한결 같이 구한말 조선의 전철을 따르므로 교단부흥에 심각한 지장을 받았다. 이런 요동치는 소용돌이에서 교단과 작은 교회들은 몸살을 앓았지만 권세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그들의 권세를 구가하고 있다.
9월 27일 전권위원회의 발표에 얼마나 교단이 충격을 받았던 지, 9월 30일 순교자주일이 민망하게 지나가버렸다. 부정과 부패의 얼룩을 뒤집어 쓴 채로 순교자의 영성을 상기한다는 것이 양심에 찔리고, 순교자의 영성보다 보복과 앙갚음과 해코지를 벼르는 육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사람이나 기관에게 자신이 잘못한 것을 뉘우치는 것이 반성이면, 하나님께 잘못한 것을 뉘우치는 것을 회개이다. 회개할 수 있는 사람은 최소한 하나님을 생각(Coram Deo)할 수 있는 사람이다. 부패의 원인인 죄의 경향성이 하나님의 임재 앞에 무릎 꿇을 때에라야 회개가 가능한 것이니 이런 사람은 비록 잘못은 했어도 성결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다. 칸트는 악(惡)을 정의하기를 이성의 판단을 의지가 멋대로 어기는 것이라고 했다. 회개해야 할 때 회개하지 않은 것이 죄를 짓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악인 것이다. 죄를 지어서가 죄를 회개치 않으므로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함을 얼마나 강조하고 새겨야 할 것인가?
9월 27일 전권위원회의 판결 내용을 마치 남의 일처럼 떠들고 다니면서 무차별적으로 총회장과 당사자들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성결가족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또한 교단의 지도자로서 9월 27일 전권위원회의 판결을 보고 아무런 책임감이나 대책 없이 빨리 정리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총회장과 전권위원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100년이 넘은 교단에게 닥친 이런 참담한 사태를 높고 우리는 영적으로 깊은 자기성찰을 하고 성결의 도리에 맞는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급한 것은 교단의 지도자들이 하나님 앞에 금식하고, 교단의 역사 앞에 석고대죄하면서 오늘 우리교단의 수치와 허물을 통회자복하면서 회개하는 것이다. 백 마디 말과 천 가지의 논리로 자기를 변호하고 여론을 선동하는 것보다 백 사람의 회개와 천 마디의 고백이 교단의 문제를 해결하고 역사를 새롭게 할 수 있는 확실한 영적무기이다. 영적인 일은 등한시하고 아직까지도 정치적인 세 대결과 위기모면에만 신경 쓰는 지도자는 지도자도 아닐뿐더러 성결의 가족이라고 할 수조차 없다.
오늘의 성결교단의 위기는 정치의 위기가 아니라 영적인 위기이다. 명예, 물질, 권력을 추구하는 탐욕의 영, 보복, 미움, 저주를 증가시키는 폭력의 영, 그리고 교만, 회개치 않음, 무감정으로 하나님과 맞서는 대적의 영을 분별하고, 강력한 회개와 성결의 은혜를 가지고 온 교단인이 백병전을 치러야 한다. 성결교단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 듯, 성결교단이 오늘내일에 주저앉을 일도 없다. 지금도 교단을 사랑하는 이런 강력한 영적 군사가 교단을 위해서 기도하는 한 우리는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성결교단의 수치와 허물 속에서 하나님께서 울리는 영적 경종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이런 위기 속에서 지도자들이 바로서야 교단의 역사가 바로 세워진다.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주지육림에 빠져서 자신의 이권만 차린다면 하나님은 촛대를 옮겨버리실 것이다. 전권위의 발표 이후 교단이 술렁이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원인은 이런 지도자가 아직까지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단의 신문에는 아직도 광고지면이 넉넉하다. 한밤중에라도 니고데모처럼 찾아와 의뢰하면 얼마든지 실어줄 수 있다. 성명서나 집단 연판장 대신에 회개문을 올리는 그 사람이 바로 우리 교단을 위해 예비하신 진정한 하나님의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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