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잘못된 고정관념은 무서운 죄악을 잉태합니다. 빗나간 신앙 열심 때문에 청년 사울은 지혜와 성령이 충만한 스데반 집사를 피 흘려 죽게 합니다. 예수님 시대에 종교 엘리트인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스스로 의인들 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유대 백성들도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눈에는 그들이 저주받을 외식자였고, 겉만 희게 칠한 무덤 같았으며, 지옥의 판결을 피할 수 없는 독사의 새끼들로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신앙관을 갖고 천국 문을 가로막아 자기들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들도 못 들어가게 하는 자들이었으며, 천하를 다 돌아다니며 힘들게 겨우 한 사람 전도해 놓고 그들을 자기들 보다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 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종교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그들은 무엇보다도 본질과 비 본질, 핵심과 주변,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눈 먼 자들이었으며 닫혀 있는 자들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율법의 의무인 십일조는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한층 심화된 하늘나라의 윤리인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져 버린 맹인 된 인도자들이었습니다.(23~24절) 잘못된 종교적 확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도, 살인도 서슴치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사형시킨 죄목에는 안식일을 범한 것이 포함됩니다. 안식일 준수는 유대인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안식일 구전법인 ‘미쉬나’가 금하고 있는 일(39가지 종류)을 범한 자들에게는 가차 없이 돌로 쳐서 죽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보신 안식일의 본질은 사랑과 해방이었습니다. 안식일에 병든 자를 고쳐주시면서 축자적 의미의 율법을 어기신 이유는 그 본질에 충실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존재 한다(막2:27)고 하는 폭탄 같은 발언을 하신 것입니다.
열린 마음, 열린 신앙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닫힌 마음이 경직된 사회를 만들고 닫힌 신앙이 독선과 아집의 율법적 교회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림과 타협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자세는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는 비 신앙적 행위요 자신의 순수한 신앙을 파괴하는 행위로 여깁니다. 그러나 열림과 타협은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열린 신앙 갖기를 머뭇거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교회 생활하면서 지녀야할 열린 신앙은 무엇보다도 한 영혼을 천하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13, 15절) 지극히 작은 그 한 영혼을 위해서 주님은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러므로 한 영혼을 실족시키는 자는 차라리 연자 맷돌을 목에 달고 죽는 것이 낫다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마18:6) 교우 간에 서로 용납하고 품어주는 것은 열린 신앙을 가진 자들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자기의 생각과 신앙만이 옳다는 사고에 갇혀있는 한 끊임없는 충돌과 분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 사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에서 ‘그 사람의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의 사고가 교회를 지배한다면 사랑이 넘치는 건강한 교회가 될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의 대부분의 문제는 서로 이해(under-stand)하지 못하고 용납하지 못하는데서 파생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빌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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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