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도가 천국에서 잡동사니 우편물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야베스의 기도’ 다시보기 - 대상 4:9~10

20년 전에 출판된, 제목부터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후안 까를로스 오르띠즈(Juan Carlos Ortiz)의 ‘우리 기도의 대부분은 하늘나라에서 잡동사니 우편물처럼 취급당합니다’에 의하면 우리가 드리는 기도의 90% 이상은 잘못된 것이기에 대부분의 기도가 개봉되지 못한 채 그저 하늘나라의 창고에 쌓여 있는 고물 우편물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성서적 근거로 약4:3의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기도가 있다는 뜻이요 하나님과의 대화가 아닌 일방적으로  쏟아 붓는 독백의 기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대부분의 기도는 어떤 기도일까요? 범사가 잘되고 형통하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요한 사도의 기도는 모든 기도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합니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요삼2) 영혼은 물론이거니와 범사가 잘되고 육체의 건강까지 복받게 해달라는 기도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 순위 기도제목일 것입니다.
구약의 본문은 뜬금없이 등장하여 단 한 번의 기도로 횡재 맞은 인물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여집니다. “한때 야베스는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한 적이 있었다. ‘하나님이시여, 나를 축복하시고 나에게 많은 땅을 주시며, 나와 함께 계셔서 모든 악과 환란에서 나를 지켜 주소서’ 그래서 하나님은 그의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대상4:10, 현대인의 성경) 이 짧은 한 구절에 나타난 기도 응답은 축복에 굶주리고 형통함에 목마른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기도응답의 내용입니다. 수 년 전 미국 기독교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누리다가 한국 기독교 서점가마저 휩쓴 브루스 윌킨슨(Bruce H. Wilkinson)의 ‘야베스의 기도’에서 윌킨슨은 야베스의 기도를 축복, 영토의 확장, 인도하는 손, 불행으로 부터의 보호 등 네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이 모두가 그야말로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기적 같은 형통의 조건들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종교학자 제프리 마한(Jeffrey H. Mahan)은 ‘야베스의 기도’가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를 현대인들의 “나르시시즘의 자기중심적 욕구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분석했습니다. 이기적이요, 기복적이며 즉시 응답에 갈급한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입맛에는 더없는 축복과 기도 응답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복과 형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복음을 위하여 상상할 수 없는 극한 고난을 받고 자원하여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자기 몸에 채운(골1:24) 바울 사도는 하나님께 저주 받은 자이겠습니까? 비신앙적인 삶을 산자는 아니었습니까?
성서학자들, 특히 역사 비평학적 성서해석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보는 야베스의 기도는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달콤한 상업주의적 해석이 아니라 역대상이 기록될 때의 연대와 시대적인 상황, 그리고 전후 문맥을 고려해 볼 때, 야베스가 고통 중에 출생했다는 것은 그가 바벨론 포로시기의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며 형제보다 귀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그가 민족의 지도자 계층에 속했다는 뜻이고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아뢰었다는 것은 개인적인 소원이 아닌 조국 이스라엘을 위해 중보 기도했다는 의미요 영토 확장을 구했다는 것은 폐허가 된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한 간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천국에서 잡동사니 취급받지 않고 하나님께 직접 배달되어 기뻐 받으시는 기도가 되기 위해 반드시 명심해야할 것은 간구의 내용들이 한낱 먹고 입고 마시는 것이나 내 개인과 가정만을 위한 이기적인 기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주님은 단호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믿지 않는 사람들이 애써 구하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다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러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덤으로 주실 것이다”(마6:32~33, 현대인의 성경) 먼저 구할, 그리해서 이 모든 것이 덤으로 따라오는 하나님의 나라(바실레이안 투 데우)와 그의 의는 무엇일까요? 하나님의 다스림과 하나님의 뜻입니다. 이 땅위에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 실현되고 이 세상이 곧 천국이 되도록 이웃의 행복과 공동체의 유익을 먼저 구하는 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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