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남은 과거 OMS에서 근무하시던 김인기 집사님이 내가 서울에 올 때 같이 한번 방문하자는 제안을 해서 내가 동의했었고, 김 집사님과 나 사이에 일자가 몇 번 연기되다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임 목사님께서 연세 때문에 멀리 거동 하시는데 불편하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임 목사님의 동네에 위치한 소박한 보리밥집 식당에서 임 목사님의 사모님과 함께 만났다. 이 만남에는 특별한 의도나 의미는 없었다. 단지 과거 내가 총회본부에서 모시고 있던 상사에 대한 나의 예의와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었을 뿐이다.
임 목사님을 뵈면서 우리 교단 총회가 년 100억 여 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과거 교단 그리고 본부를 위해서 헌신하셨던 분에 대한 예우가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임 목사님은 노구에도 내가 모실 때 가지고 계셨던 그 정신만은 여전히 살아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디테일한 대화는 필요가 없었다. 서로의 눈빛으로 서로의 생각을 읽었다. 임 목사님은 자신이 총무 재임 시절에 가장 아끼던 직원 중의 하나였다고 나를 칭찬했으며, 나는 임 목사님께서는 나의 청춘 시절에 내가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분이라고 나의 진심을 말씀드렸다.
그동안 18년 전의 사건(KNCC 여론조사 설문지 조작사건)으로 왜 서로에게 서운했던 감정이 없었겠는가? (이 사건은 제89년차 총회록 628-630페이지에 실려있다.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시라.) 그러나 18년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는 그 서운했던 감정들은 세월에 씻기어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구나 임 목사님은 그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었고 단지 총회본부의 책임자였던 것이다.
그 분은 지방에 출장을 갔다 오시면 바로 경리 직원을 불러서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영수증과 잔돈들을 내 놓으시며 정리하고 남은 돈을 반납하라고 지시하셨다. 20대 후반의 나의 눈에 이것이 훌륭한 태도로 보였다. 그리고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이 때 나에게 심어진 스피릿은 나를 늘 그러한 자세로 가다듬게 만들었고, 나는 본부에서 근무할 때에도, 서울신학대학에서도, 목신원에서도, 교회를 개척하여 목회를 할 때에도, 지방회장을 할 때에도 그리고 선관위원으로 활동하는 지금도 그 스피릿을 가지고 나를 가다듬고 있다.
이것은 누가 나를 감시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임 목사님의 그러한 태도가 나에게는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임 목사님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나는 자네를 무척 아꼈는데 자네는 나에 대해서 있지도 않은 내용으로, 소위 괴문서로 비난해서 내가 그 문제로 고통을 받았다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위 사건에 대해서 나는 18년 전의 자료를 그대로 다 가지고 있다. 언젠가 밝힐지는 모르겠지만, 총회록의 기록만으로 얘기한다고 해도 나는 전국의 대의원들에게 “내 이름으로” 일종의 고발 성격을 띤 35쪽의 보고서를 발송했고, 그 내용은 오직 한가지, 여론의 결과를 조작한 것에 대한 고발이었다. 내 이름으로 발송한 그 문서에는 임 전 총무님을 인격적으로 사적으로 비난한 내용이 전혀 없다. 당시에 무차별적으로 돌아다니던 발송인 이름도, 주소도 없는 그런 괴문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나는 당시에 괴문서가 어떤 것인지도 어떤 내용이 있는지도 몰랐으나 사람들이 그 괴문서의 발송자가 김명기라고 해서 나도 어렵게 구해서 읽어보고 비로소 괴문서의 존재를 알 정도였다.
지난 18년 동안 그 괴문서의 발송자가 김명기라고 오해를 하고 사셨던 그 분이 갑자기 안쓰러워보였다. 원망을 당하는 사람보다 원망하는 사람의 고통이 큰 법이다. 나는 그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고 지금은 아무리 나에게 잘못한 사람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 사람 앞에다 대놓고 한마디 욕설을 퍼부을지언정 뒤에서 두고두고 그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나의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것도 오해로 타인을 원망하는 경우 그 고통은 훨씬 크다.
나는 그 분께 오해를 풀어드리기 위한 말씀을 드렸다. 나는 님과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님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까지 팽개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 분이 나의 진심을 얼마나 수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어디에서든지 누구에게든지 그 분에 대해서는 업무적으로 칭찬을 하고 인격적으로 존경심을 표했지 그를 사적으로 비난해 본 기억은 없다. 그것이 나의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앞에서 칭찬하고 또는 아부하고 뒤에서는 뒷 담화를 하는 그런 인간형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그런 인간들을 나는 경멸한다. 내가 경멸하는 그 행위를 나 스스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곁에서 조언을 하는 지인들 또는 참모들이 문제이다. 그들은 그 분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주어서 그 분 스스로를 고통 받게 만든 것이다. 1994년 총회본부에서 발생했던 ‘KNCC 여론조사 설문지 조작사건’에 있어서도 모 국장은 김명기 뒤에는 KNCC 가입을 반대하는 세력 혹은 호남세력이 있어서 그들이 김명기에게 자금을 대고 있다는 허위사실까지 유포했다. 정말 ‘세력’ 같은 소리 하고 있다. 내가 내 이름으로 발송한 보고서에도 분명히 기록되어 있듯이 “나도 KNCC 가입을 찬성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여론을 조작해서까지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나의 관점이고 입장이었다. 왜냐?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왜 발생했는지 분석하고 차분하게 해결책을 찾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다. 그러나 행정적 능력이 결여된 자들은 일단 누구에게 뒤집어 씌우고 정치적 사건으로 만든 다음 그야말로 자신들의 세력을 결집하여 허위사실과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상대방 죽이기에 돌입하여 자기 살 길을 찾는다. 역사에도 꾸준히 기록되어 있다. 멀리는 로마의 대화재사건을 기독교인들의 소행으로 뒤집어 씌어 기독교를 박해했던 네로황제가 있었고 가까이로는 지진 사건으로 발생한 만행을 조선인들에게 뒤집어 씌어 조선인들을 대학살했던 관동대지진사건이 있었다. 우리 시대에도 있었다. 군부독재에 반대하여 궐기한 광주시민을 국가 전복세력으로 규정하고 군대를 투입하여 무차별 학살하고 20여년 동안이나 폭도들로 규정했던 기득권자들의 역사 왜곡이 그것이다. 야비하고 더러운 짓이다.
지금도 교단에는 이런 야비하고 더러운 행태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신을 돌아다보고 반성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탓하며 있지도 않는 세력 운운하며 정치적 사건을 만든 다음 자기 살 길을 찾는 행위이다. 특히나 현재 교단에는 전·현직 총무 문제로 특별조사 7인위원회까지 조직되어 있는 형국이다. 그저 조용히 그 조사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직접적인 이해가 관련된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 의해 서로 상대방 세력 운운하며 쟁점화 시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전 총무가 호남사람이라고 호남세력 운운하며 호남인들을 전 총무의 무슨 하수인들 취급을 하고 있다. 호남인들이 그렇게 얄팍해 보이는가? 나는 그 동안 몇 번에 걸쳐서 나의 저널에서도 밝혔듯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송 전 총무에게 사무실 비우는 것과 차량반납 사택반납을 요구한 사람이고 송 전 총무가 그렇게 하지 않자 그와의 선을 분명히 그은 사람이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듯이 나는 성결네트워크와 기독교성결신문의 주요 논객이다. 이 두 신문의 특성은 기득권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답답한 언론 소비자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일이다. 그렇다보니 별의별 이야기가 다 기사거리로 나온다. 기득권 언론은 이런 언론이 못마땅하다고 죽이기에 돌입해서는 안된다. 남에게 비수를 꽂으면 그 비수는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는 법이다.
어제 선거관리위원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모 언론사의 H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선관위가 자기들에게만 광고를 주어야 하는데 다른 신문에도 광고를 주었기 때문에 선관위에 대한 비리를 파헤치는 기사를 쓰겠다고 했다고 한다. 오보나 내는 주제에 협박하는 기술도 많이 는 것 같다. 그래 많이 파헤쳐 봐라. 너의 그 왜곡된 기사는 이제는 진절머리 난다. 사람들을 하루 이틀 속이는 것은 가능해도 계속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왜곡된 비수는 부메랑과 같아서 너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남에 대한 오해로 18년 동안 고통을 받았던 그 분을 생각할 때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느냐? 기득권 언론이 여론 조작으로 이런 일에 앞장서서는 안되는 법이다. 그 H기자는 8년전 목신원 사건을 기사화 하면서 김명기에 대한 증오와 오해로 점철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지금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 과거는 흘러갔기 때문에.....
10년 후배인 그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땅끝마을에 와서 밤하늘의 별을 한번 헤아려 보아라. 그리고 선배들을 00하는 그 튀틀린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느껴 보아라.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들이고,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 것이며, 우리의 삶이 얼마나 무상한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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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