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1933년대 들어서 장로교와 감리교의 연합운동 전선에 균열 현상이 급증했다.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교회연합운동 기구인 조선예수교서회(현 대한기독교서회)에서 1908년 이후 장·감 양 교회가 함께 사용하던 찬송가를 개편하여 1931년 《신정 찬송가》를 발행했으나 장로교측(특히 서북 장로교계)에서는 “장로교회 신앙 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는 찬송들이 편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사용을 거부하고, 1935년에 별도로 《신편 찬송가》라는 제목으로 다른 찬송가를 펴내 ‘교파별 찬송가 시대’로 환원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조선예수교서회 발행으로 1914년 이후 초교파 연합신문으로 발행해 오던〈기독신보〉역시 발행과 편집권 분쟁을 겪은 후 1935년 장로교의 경기 세력을 대표하는 전필순 목사의 개인 운영 체제로 바뀌었는데 그 과정에서 1933년부터 감리교회는 <감리회보〉, 장로교회는 〈종교시보〉를 각각 기관지로 발행하여 ‘교파별 언론 시대’로 돌아갔다.
이처럼 신학과 지역 갈등이 첨예하게 대두되던 1934년 장로교 총회에서 평북·의산·평서·황해 등 서북 지역의 노회들이 교회 연합 운동 기구인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를 탈퇴하거나 폐지”하도록 헌의한 것에서 1930년대 한국교회 연합 운동의 위기 상황이 잘 드러난다. 이는 ‘보수 정통신학’을 고수하려는 장로교 분위기와 ‘진보적 신학’을 수용한 감리교 분위기가 더 이상 공존하기 어려워진 시대적 환경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리와 신조가 우선시되던 시대에 불가피하게 일어난 ‘분열’ 현상이었다.

3. 친일 연합 운동 단체의 등장과
   단일 개신교단 성립

1937년 중·일 전쟁 이후 일제는 한국교회를 강력한 통제 구조 속에 묶어 두고자 하였다. 일제는 한국교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선교사들을 한국교회로부터 분리시키고 한국교회를 궁극적으로 일본 교회에 병합시키기 위해 교회 안에 ‘친일 어용세력’을 양성하였다. 그런 목적에서 총독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을 받아 나타난 것이 ‘조선기독교연합회’(朝鮮基督敎聯合會)이다. 1938년 5월 8일 조직된 이 연합회의 초대 위원장은 일본인 니와(丹羽淸次郞)였는데, 그는 ‘한·일 합병’에 맞추어 1910년에 한국에 나와 주로 기독교 청년회를 통해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한국교회를 일본에 예속시키는 작업을 추진한 인물이었다. 1938년 7월 7일, “지나사변(支那事變) 1주년 기념일에 맞추어” 개최된 조선기독교연합회 제1회 대회에 참석한 1,000여 참석자들이 “現下 我國 時局의 重大性에 비추어 國是를 體得하고 國民精神 振作을 圖謀하는 것이 緊急事인 것을 認識하고 朝鮮에 있는 基督者는 團結 協力하여 同胞 精神作興을 돕고 一層 傳道 精進함으로 皇國臣民으로서 報國의 誠을 다할 것을 한다.”는 선언서를 채택한 것에서 이 단체의 성격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일제는 1940년 이후 보다 효과적인 종교 통제를 위해 교파를 초월한 단일 교회 조직을 만들고자 하였다. 일본에서 1941년 6월 단일 개신교회로 ‘일본기독교단’(日本基督敎團)이 창립된 것에 맞추어 한국 쪽에서도 조선기독교연합회를 중심으로 같은 움직임이 일어났다. 정춘수 목사를 중심한 감리교의 ‘친일 세력’이 주도하여 1941년 3월 창설한 ‘기독교조선감리교단’은 궁극적으로 일본 교회와의 합동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 교단은 감리교회 내부의 반대 움직임을 누르며 1943년 8월 ‘일본기독교조선감리교단’(日本基督敎朝鮮監理敎團)이 되어 ‘친일’ 입장을 보다 분명히 했다. 장로교회도 마찬가지로 일부 세력의 반발이 있었지만 전필순 목사와 정인과 목사를 중심으로 ‘친일 세력’이 1943년 5월 ‘일본기독교조선장로교단’(日本基督敎朝鮮長老敎團)을 조직하였다. 그리고 이 두 교단에 구세군의 후신인 ‘구세단’까지 통합하여 1945년 7월 ‘일본기독교조선교단’(日本基督敎朝鮮敎團)이라는 단일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조직되었다.
이로써 교회 연합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인 단일 교회 형성이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 교단은 일제의 정치적 목적에서 형성된 것으로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담지 못하고 있었고, 더욱이 이 교단 설립을 주도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신사 참배 문제 등과 관련해 보여 준 ‘반민족적’(反民族的)이고 ‘비신앙적’(非信仰的)인 행태로 그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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