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방회 목회자 독서 토론 클럽이 매주 금요일 오전, 익산삼광교회(이재정 목사)에서 열린다. 이 클럽은 지방회 내 목회자가 매주 10여명 정도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클럽은 매주 책 한권을 읽고 느낀 점을 서로 나눈다. 지난 1월 20일, 읽고 토론한 책은 이화여대에서 진화론을 강의하는 최재천 교수의 책 '호모 심비우스'다. 최 교수는 근자에 각종 매스컴에 한창 뜨고 있는 교수다. 이 책의 내용을 김제 창대교회 김광일 목사가 발제 했는데, 회원들이 보고 내용이 좋아서 신문사에 보내와 게재한다. <편집자 주>

이른 아침부터 교회당 마당에 있는 감나무 가지를 붙들고 구성지게 울어대는 까치소리를 듣고, 반가운 손님이 오실 것만 같은 설렘이 있었습니다. 차마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하얀 제비를 태운 빨간색 오토바이 한 대가 편지 한 통을 실어다 주었습니다. 일상의 소소함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거창한 일로 얻어지는 기쁨 못지않음을 실감합니다. 인생이란, 작은 기쁨의 모래알들이 모여 동산을 이룰 때 비로소 행복했었노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근자에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며 목사님은 질문과 더불어 조언도 덧붙이셨습니다. “하나만 알면 아무 것도 모르는 것1)이니 성경과 함께 주변학문에도 매진하라.” 하셨습니다. 일전에도 저에게 같은 말씀을 해 주셨던 일이 있어, “성경만” 아는 편협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때때로 “성경 밖에서”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던 일도, 자연 속에서 진리의 교훈들을 만났던 일도 “성경 밖”을 기웃거린 긍정(?)의 산물이었습니다.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가 쓴 <호모 심비우스>를 최근에 읽었다는 말씀을 목사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드립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후에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분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을 열렬히 신봉하는 분으로, 기독교인들의 관점으로 보자면 “공적(公敵)”은 아니라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같은 사람입니다. 10여전 전에 강의를 통해 <호모 심비우스>라는 신조어를 유포시킨 저자는, 여러 매체를 통해서 발표한 자신의 글을 한데 모아 2011년의 끝자락에 책으로 출판하였습니다.
먼저, 이 책 <호모 심비우스>의 내용을 간략하게 목사님께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저자는 생물학의 전공자인 까닭에 자연계에서 나타나는 생물들의 생존방식들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진화를 거쳐 살아남은 생물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생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생물들의 경쟁은 손익관계에 따라 네 부류로 나눠집니다. 한쪽에는 이득이 되지만 상대에게는 손해가 되는 ‘포식’과 ‘기생’이란 두 부류가 있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공생’, 그리고 서로에게 기본적으로 손해가 되는 ‘경쟁’이 그것입니다. 저자는 생태학의 가장 근본적인 개념들인 경쟁, 포식, 기생 그리고 공생을 말하면서, 생명체들이 서로 생존하는 데 이득이 되지 않거나 해를 끼치는 것처럼 보이는 경쟁, 포식, 기생도 크게 보면 생태계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정교한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책의 소제목을 따라가며 좀 더 목사님께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1. 경쟁: 피할 수 없는 운명.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경쟁은 생물들의 생존에 있어서 필수과정을 역설합니다. 모든 생물은 다 자원을 필요로 하지만 자원의 공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개체의 자원 소비는 궁극적으로 다른 개체들의 자원 확보를 저해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들과 종종 자원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원을 찾아내고, 수확하고, 운반하고, 저장하고 또 지키는 일은 생존경쟁의 필수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생존경쟁은 비슷한 경쟁상대일수록 더 치열하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2. 포식: 크고 흉악한 동물도 필요한가?
인류는 크고 무서운 동물들은 유해하다는 생각에서 유사 이래로 포식동물제거에 열성적이었습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크고 흉측한 포식동물들은 사람을 해친다는 누명을 쓰고 무참히 학살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생태계가 균형을 잃고 말았다는 엄중한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생태학자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서서히 포식동물들도 자연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크고 흉악한 포식동물들에게도 생태계의 유지를 위해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3. 기생: 기생이 세상의 절반이다.
다른 생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을 “기생(parasitism)”이라 합니다. 여기서, 기생하는 생물을 “기생자(parasite)”라고 하며, 기생자가 살아가는 터전이 되는 생물을 “기주(host)”라고 합니다. 기생자는 기주의 몸으로부터 서서히 영양분의 이득을 취하면서 사는 존재인 셈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소제목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지구상에 현존하는 생물의 절반 이상이 모두 기생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입니다.
4. 공생: 손을 잡아야 살아남는다.
자연계의 생물들에게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무조건 남을 제거하는 것만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생물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최근에 스스로 발견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 지구 생태계에서 수와 무게로 가장 막강한 두 생물집단들이 ‘식물’과 ‘곤충’입니다. 이들은 서로 물고 뜯는 경쟁이 아니라 함께 손을 잡음으로써 생존해 왔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로 볼 때, 무차별적 경쟁보다는 공생이 자연계에서도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5.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심비우스로.
책의 결론 부분에 해당하는 이 대목에서 저자는, 21세기의 인간은 “현명한 인간”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공생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심비우스>여야만 한다고 역설합니다. 논어의 “화이부동”과 같은 의미의 다른 표현이라는 점도 저자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자기 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이 설 곳이 없고 오직 협력하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야말로 21세기의 현명한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라고 결론을 맺습니다.
목사님도 잘 아시는 것처럼 제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의 책이었지만, 사용된 용어가 난해하지 않아 읽어내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어 좋았던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책의 부피가 가벼워서 수월했습니다.
생태학을 공부한 저자는, 생태계를 탐구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포유류에 속한 동물로써가 아닌 인간으로써 살아가야할 생존교훈인 “공생”을 발견하여 이기적인 인간들이 즐비한 세상을 혁신할 대안으로 내놓습니다. “공생”하지 않으면 필시 “공멸”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여기까지의 글을 읽으시면서 이미 목사님도 느끼셨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저자의 “진화론적인 입장”과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공생의 한계” 말입니다.
노골적으로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이해하기를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의 경쟁적인 이론으로만 알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윈은 이런 표현들을 즐겨 사용하지 않았다며 옹호하고 있습니다. 책의 저술 목적에 대해 밝히면서도 저자는, 다윈의 이론을 역사적, 이론적으로 재검토하면서 21세기 새로운 인간상으로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얼마나 진화론을 신봉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21세기 인간모델로 저자가 제시한 <호모 심비우스> 즉, “공생하는 인간” 역시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볼 때 한계가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 사회의 설립과 발전, 그리고 유지는 희생에 의한 것”2)이라는 르네 지라르의 지적은 “공생”을 넘어서서 “희생”을 말하고 있는 기독교정신과 정확히 일치 합니다.  “희생”의 기독교가 “공생”조차 사라져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공생”이 차선일 수도 있겠습니다. “공생”을 넘어서 “희생”의 자리까지 “소생”해야 할 기독교인이 세상에 “기생”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치사량의 피를 흘려본 “희생”의 경험은 고사하고, 까칠한 이의 손을 잡고 단 일 분도 걸어본 경험도 기억에 없습니다. 그래서 뼛속까지 진화론자인 최재천 교수가  “공생하는 인간”<호모 심비우스>가 21세기의 새로운 인간상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선뜻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설가 이외수씨의 외침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나뿐인 놈은 나쁜 놈이다.”

김광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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