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에서 서남쪽 방면으로 30리를 내달리면 넓은 접시모양의 분지가 나오는데 이름하여 신신학원 이라 했다. “신선이 신명나게 학문을 갈고 닦는 동산”이란 뜻으로 예로부터 신지동산이라 불리웠다. 이곳 신지동산은 금계포란형의 명당으로 위로는 북청수가 쉬지 않고 흘러들어와 마을주위로 흐르다가 배꼽부분에서 합쳐지는 형국으로 사시사철 방초동산 요로화원이어서 기괴한 동식물의 천국이다.
신신학원이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 드디어 100년째를 맞이하는 날 신신학원을 낳은 교당은 큰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이름하여 ‘백주년 만만세연’. 교당과 신신학원은 백주년 만만세연을 깃점으로 신신학원에 큰 비석을 하나 세우기로 했는데 그 비석의 높이는 지하 4층 지상 8층으로 하고, 비용은 약 400억으로 계획했다. 단, 단서조항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그때그때 달라요~~
신신학원의 원장은 석송거사, 일찍이 독국에서 몬트만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받은 수재중 수재였다. 석송거사가 원장이 되던 날 신신학원의 교주들은 쥐구멍을 찾아 숨기에 바빴다. 겉으로는 찬사를 불렀지만 속으로는 콧방귀도 끼지 않고 합종연횡을 한 결과 찰떡같이 믿었던 후배마저 비수를 꽂으려하다가 발각되었으니 어디 얼굴 들고 다니겠는가? 설마설마 한 것이 진짜로 리얼 현실이 되었으니 모두들 선처만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신신학원의 원장이 그정도로 휘두를 연장이나 힘이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로, 실질적인 지주는 호는 익정이요, 이름은 두주인 신촌거사였다. 신촌거사의 한마디에 석송거사는 살생비검을 거두었고, 그제서야 학원의 교주들은 슬그머니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나 밤에라도 혹시 뒤에서 칠까봐 모두가 헤어스타일을 바꿨으니 한동안 학원에는 느닷없이 고수머리, 염색머리, 까까머리가 유행이 되었고, 어떤 이는 모자를 쓰거나 안경을 바꾸거나 수염을 길러서 위장했다. 그러나 석송 원장의 안광을 속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호안에서 나는 광채처럼, 궁예의 관심법처럼 한 번 찍힌 자는 영원히 찍힐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응징만은 능사가 아니기에 석송 원장은 학원을 잘 끌어서 금계포란의 명당에서 계란이라도 한판 내야 했기에 살생비검을 잠시 내려놓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교무부장에 교인 정수사, 기획사업부장에 원철 윤수사를 필두로 그림을 그렸다. 100주년 만세연을 앞두고 어떻게든지 후원보시를 많이 받아야 하고, 이미지를 좋게 해야 했기에 석송 원장은 달리기가 제일 빠른 수사들을 모아서 밤부터 새벽까지 한성부터 제물포까지 날마다 가가호호 찌라시를 넣으라고 지시했다. 키가 크면 전봇대에 현수막 달기, 키가 작으면 찌라시 돌리기, 잘생겼으면 찌라시 모델, 이도저도 안되면 빵 돌리기라도 시켰다.
석송 원장의 생각처럼 일이 척척 잘 되던 찰나에 예상했던 곳에서 예상했던 문제가 하나 터졌다. 기획사업부가 말이 기획사업부이지 기획사고부나 마찬가지였다. 금계포란의 명당에서 어떻게든 닭을 키우고 계란을 모아서 팔아야 할 묘안을 짜내야 할 원철 윤수사는 날마다 닭은 안키우고 닭잡아머고, 완장차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신신학원에 있는 시간보다 교당에 안테나를 가설하는 시간이 많았다. 심지어는 자기를 심어준 석송원장의 동향을 분석하여 동문과 교당에 보고하는 일도 많았다.
석송 원장은 하루에도 세 번씩 꼭 임재범의 '여러분'을 부르면서 스스로 화를 입지 않도록 운기를 다스렸다.
너는 나의 영원한 원수야 너는 나의 재수야
너는 나의 영원한 지뢰야 너는 너는 너는 너는 나의 폭탄이야~
내가 기분좋고 신날 때 누가 나의 기분을 망치지? 그건 바로 00원
<성결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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