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반대자’ 구별, 정치적 대립 인정해야

 

 민주주의 특징 ‘불확실성’, 선의 경쟁 필요

 

 

 

성결교회 정치가 실종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주남석 총회장이 항존위원과 이사 및 감사, 그리고 특별위원 최종 공천 명단 공고를 했으나 지방회장단 8명으로 구성된 공천부원들이 항의 광고를 게재하면서 ‘집단행동’ 경고를 했다.

 

또한 지난 7월 8일, 총무 이쪾취임식에 송윤기 목사는 인수쪾인계식 없이 이임식한다는 소식에 충격 받아 쓰러져 용인 명문내과로 급송돼 뇌출혈 증세로 입원 했다.

 

한편 제105년차 총회 때, 합법적으로 분할 승인 받은 경인지방회와 전북중앙지방회에 대해 선교부에서 “7월 29일까지 직전 소속 지방회에서 소집하라.”고 권고 했으나 소집이 될 지 미지수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정치를 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의 역사는 긴 과정을 거쳤다. 모세와 이스라엘 당파들과의 끊임없는 정치, 예수의 12제자가 서로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로비하며 정치하는 모습 등 수없이 많은 정치의 여정을 볼 수 있다.

 

왜 사람은 정치 싸움을 할까? 그 이유는 자기 정파를 뭉치게 하기 위해 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 땅에 사는 한 ‘적대’는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토마스 홉스는 ‘자연 상태인간의 투쟁’에 대해 말했다.

 

따라서 타자(他者)는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지,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수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공존하면서 정치를 하는 것이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웨슬리언이라고 하지만 ‘감독제’는 이제 찾아 보기 힘들고, 대의정치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더더욱 정치적이어야 한다. 민주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가 다원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싸우고 부딪히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정치판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치판에 ‘적’, ‘동지’, ‘반대자’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뽑아 준 최고 영적 지도자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들고, 함부로 싸운다.

 

요즈음 샹탈 무페(Chantal Mouffe)의 『정치적인 것의 귀환(The Return of the Political)』을 읽고 있다. 이 책에서 무페는 ‘적’과 ‘반대자’를 구분한다.

 

무페에 의하면, 적은 파괴해야 하는 대립진영이다. 없애야 할 존재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반대자는 존재를 인정하고, 경합을 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두 개는 대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는 반대자를 적으로 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영적 전쟁에서 적은 사탄이다. 정치판의 반대의견을 가진 동역자는 반대자이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들이 계속 갈등하고 경합하는 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 여러 의견이 다양하게 개진되도록 언론의 장을 열어 줘야 한다.

 

그런데 예전에는 총회본부에 본지를 갖다 놓으면, 누군가 뭉치 째 쓰레기통에 집어 넣었다. 우 모 목사는 “기독교성결신문 기자가 총회본부 출입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곳은 국가정보원이 아니다. 국가는 어쩔 수 없이 기밀이 필요하지만, 교단은 선교단체다. 주님의 돈을 사용하기에 모든 것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마치 성결정보원 같다. 정치가 실종 된 것이다.

 

무페는 “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반대자가 필요한 것이고, 적도 있는 것이다. 반대자는 파괴할 대상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반면에 민주주의는 깨지기 쉽다. 역사가 민주주의로 나아가려고 했지만, 민주주의는 뒤집어지기 쉽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방어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교단 정치에선 정책적인 전략 기획이 대단히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서로 왕성한 충돌과 이익 다툼이 되도록 지평이 넓어져야 한다. 민주주의의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해서 사람들이 볼 때, 불안해 보이지만 민주주의를 하려면 어쩔 수 없다.

 

교회에서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의제를 갖고 들어 오게 해야 한다.

 

여기에서 하나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교단 민주주의를 하려면, 진리 운운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자칫 반대자를 적인 ‘사탄’ 취급해 버리기 때문이다. 어느 교회에서는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를 두고 설치하자는 목사와 반대하는 장로가 서로 ‘사탄’이라고 싸우는 것을 봤다. 도대체 엘리베이터와 사탄의 관계가 무엇일까? 이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666으로 보는 이단들인가 보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는 “정치 영역에서 진리를 말해서는 안된다.” 고 주장했다.

 

무페는 민주주의의 불확실성을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진리라는 확실한 것을 갖다 놓고 우상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확실성의 배제가 가져 오는 불안감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다양성 속의 갈등과 대립, 경쟁, 그리고 반대자들에 대한 적대, 적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무페는 대립이 소멸하더라도 또 다른 대립이 일어날 것이라고 봤다. 또한 복잡성을 가져야 정치라고 주장했다.

 

이제 교단 관계자들은 싸움판으로 가지 말고, 정치판으로 가야 한다. 양자를 바라보며 회의주의에 빠진 양비론자들도 다시 정치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교단을 지켜야 한다. 교회가 정치적이면 평안하지만, 싸움판이면 깨진다.

 

교단 성원 모두가 정치적이어야 할 이유에 대해 무페는 “정치적인 것을 회피하는 태도는 결국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 혁명의 성과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간단한 답을 주고 있다. 

 

정치적이지 않고, 무관심하면 정치판에 조폭들만 판친다.

 

‘폼페이 최후의 날’을 보면 병사가 화산이 터졌을 때, 자기가 지켜야 할 비밀 문건을 지키고 그대로 서 있다가 화석화됐다.

 

교단을 사랑하는 폼페이의 병사가 필요한 때이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