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불명의 ‘재앙 심판론’ 발언 자제 절실
예수처럼 죄인 용서 위한 ‘도움’ 성육신 필요

지난 3월 11일, 난데없이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동북부 지방은 지진과 쓰나미로 말미암아 그야말로 초토화된 상태의 재앙을 겪었다. 이번 대지진은 사상 네 번째로 강한 강도이었다고 한다. 몇 만 명이 사망했는지 추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소가 연이어 수소 폭발하면서 방사능 누출 공포가 엄습했고, 슈퍼문 재앙설까지 퍼져가고 있다. 즉, 3월 19일에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면서 해일, 화산폭발, 지진 등의 추가 재앙이 올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히구치 신지 감독의 ‘일본 침몰’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이번 일본대지진을 보면서 한국 기독교인의 미묘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는 고백들이 많다. 그 이유는 민족적으로는 36년간의 식민 통치와 종교적으로는 다신교적이라는 사실 때문이라는 목소리인 것이다.
이를 대변이나 하듯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가 지난 3월 13일, 인터넷 뉴스매체 뉴스미션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대지진은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간 것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면서 “이 기회에 주님께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예수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죄인들의 세상에 오지 말았어야 했고, 대지진으로 멸망시켰어야 했다. 그러면 십자가도 없고, 부활도 없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목회 철학 배경에는 성공신학이 깔려 있다. 하나님을 잘 믿으면 잘 살고, 믿지 않으면 망한다는 논리이다. 이 국적 불명의 논리를 가난에 시달리는  80%에 가까운 한국 교인들이 듣고 있다.
이번 조용기 목사의 발언은 혼자만의 사고 일까? 아니다. 한국 목회자들이 쉽게 해석하는 방법이 ‘심판론’이다.
서남아시아 쓰나미 재앙이 들이닥쳐서 수천 명이 죽었을 때에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서남아시아 지진과 해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이라며 “8만 5000명이나 사망한 인도네시아 아체라는 곳은 3분의 2가 무슬림으로 반란군에 의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학살당한 곳이고, 3만∼4만 명이 죽은 인도의 첸나라는 곳은 힌두교도들이 창궐한 곳이며, 태국의 푸껫이라는 곳은 많은 구라파 사람들이 와서 향락을 즐기며, 음란하고, 마약하고, 죄짓는 장소로 쓰인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푸껫에 구라파 사람들이 많이 왔다가 죽었는데, 예수 제대로 믿는 사람은 하나도 안 간다.”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이 한국 교회 강단에서 자주 설교되고 있는 입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자연 현상마다 해석을 달리하는 소피스트적 발상은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려는 끊임없는 사유의 노력없이, 그때 그때마다 자신의 소견과 경험, 그리고 사상적 편견에 젖어 즉흥적으로 발언하는 모습이다.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라면 일본대재앙을 어떻게 봤을까? 예수는 명확한 답을 주셨다. 누가복음 13장 4절에서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일본대지진을 보면서 평가를 내렸던 조용기 목사와, 서남아시아 쓰나미를 평했던 김홍도 목사 등과 비슷하게 설교했던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전하는 말씀이다. 예수께서 연이어 말씀하시기를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고 하셨다. 이는 재앙을 보면서 원죄로 인하여 하나님과 거리가 멀어진 인간의 연약함을 깨달으라는 말씀인 것이다.
즉 예수는 “아니다”라고 한 것을 한국교회 일부 목회자들은 “그렇다”라고 가르치는 해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단·사이비들이 정통교회 목회자들을 비판하게끔 하는 빌미를 주곤 한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사건을 바라볼 때 인간과 하나님의 언약 관계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따먹지 말라”는 말씀에 불순종하여 타락할 때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탐욕이 우리 마음에 생겼다. 그리고 하나님처럼 눈이 밝아지기를 기대하면서 타락한 이후,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심판권을 가지고 전쟁과 다툼을 일삼아 왔다.
그러므로 사건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선과 악이라는 관점으로 나누려는 흑백논리를 앞세워서는 안되고, 에덴동산의 한가운데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옆에 있었던 생명나무를 쳐다보는 생명살리기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즉 자연재해라는 것을 바라보면서 에덴동산에 없었던 자연재해가 생기게 된 배경은 인간의 죄악성으로 말미암아 인간과 하나님 사이가 멀어지자 자연과 하나님도 멀어지게 되었고, 인간과 자연도 함께 멀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타락 이후 인간 사회는 하나님의 형상에서 점점 멀어져 갔고, 자연 만물도 파괴될 대로 파괴되어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은 점차 인간에게 혜택을 주기 보다는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셋의 관계가 점차 유리된 것이다.
따라서 일본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똑같은 죄인들이다.
그러므로 자연재해는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요, 타락한 인류에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포에 대하여 생명을 다시 살리는 운동에 진력하라고 도전을 주는 것이라하겠다.
비근한 예로 욥이 겪는 고난 앞에서 고난에 대한 해석을 곡해하였던 욥의 세 친구 빌닷, 소발, 엘리바스처럼 욥의 고난을 곡해하지 않고 격려를 해야 하겠지만, 이 고난이 욥이 받는 고난인가라는 생각 자체가 이미 소위 ‘재난 저주론’을 펴는 목회자들과 비슷한 논리로서 ‘선악 판단 흑백 논리’에 빠지는 것 같아서 겸허하게 하나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련다.
이제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일본 사람들이 아무리 36년간 식민 통치를 하며 온갖 죄악을 저질렀던 잘못한 사람들일지라도 용서의 십자가를 보여 줘야 한다.
또한 이 땅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가족을 잃고, 눈물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일본 사람들을 돕는 사랑의 실천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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