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현지인 스텝에게 왜 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스텝의 말이 저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서 2-3일을 걸어왔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질병은 말라리아나 피부질환이었는데, 당시 말라리아 약은 약 천 원 정도 밖에 하지 않았고, 피부질환은 우리나라의 후시딘이나 마데카솔같은 항생연고를 바르면 금새 나을 질환이었다. 그런데도 약을 살 단 돈 천 원이 없어 말라리아로 아기와 가족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고, 연고 살 돈이 없어서 조그만 상처가 곪아서 살이 썩도록 기다리는 것이 그들의 삶이었다. 그런데, 외국에서 의료 사역팀이 왔다고 하니 그 먼 길을 무료로 약을 받기 위해서 걸어서 온 것이었다. 그 당시 의료팀은 3명이었는데, 이들이 일주일 만에 치료한 환자 수만 해도 1,016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이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지 육체적인 치료만이 아니었다. 이들에게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 채울 수 없는 영적 갈급함이 있었다. 단기팀이 의료사역 후에는 전도집회도 했는데, 집회 때마다 현지인들이 빽빽하게 모여서 예배를 드렸다. 내전으로 인한 마음의 불안함과 가족을 잃은 상처 그리고, 육체의 배고픔과 고통을 말씀으로 대신 채우려고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부룬디가 검은 대륙이 아니라 희어져 추수할 것이 가득한 황금벌판처럼 보였다.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 하시니라” (마9:36~38)

그렇게 필자의 마음속에 아프리카에 대한 사랑이 점점 더 깊게 뿌리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 달 여의 모든 사역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도 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필자의 마음 가운데 이렇게 말씀하셨다. “유신아! 본 자에게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네가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 때 왜 하나님께서 필자에게 사진과 비디오 담당을 맡기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더 많이 보고 느끼라고. 그리고 사진을 필름에 남길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도 남기라고. 실제로 사진과 비디오를 찍기 위해서 다른 팀원들보다 더 많이 다녔고, 여러 사역 현장을 두루두루 자세히 보게 되었고, 현지 선교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단기선교팀들이 부룬디에 오면 마지막 날 평가회 시간에 꼭 이런 나눔을 한다. ‘부룬디에 와서 내 마음 속에 찍혀 있는 사진은?’, ‘단기선교 기간 동안 맡은 역할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그리고 필자의 간증과 더불어 ‘본 자에게는 책임이 있다.’는 것과 단기선교 기간 동안 각자가 맡은 역할 가운데 분명한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뜻이 있고,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있다고 나눈다.   

그 이후로 필자의 마음속에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거룩한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이 운명처럼 필자의 인생에 깊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큰 아프리카 지도를 사서 필자의 방에 붙여 놓고, 그 위에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을 크게 적어 놓았다.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시2:8)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을 가슴에 품고 1998년 서울 신학대학원 M. Div과정에 진학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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