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에이즈 보다 치명적인 삶의 파괴자

우간다 한국학교 교사로 사역하는 아내가 케냐 한국학교 교사들과 함께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국비로 교사연수에 참석하고 있을 때에 필자는 38.9도에 이르는 고열과 온몸에 심한 통증으로 간호하는 사람 하나 없이 이틀간을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넘나들면서 말라리아와 유사한 증상으로 심히 앓은 적이 있다. 다음날 집에서 피검사를 했을 때 말라리아 음성반응이 나와서 다른 약을 투여하며 회복했는데 아마도 열대 열병 비슷한 병이었다고 생각된다. 한국 사람들이 많지 않는 우간다에는 말라리아로 사망했던 한국인이 여러 명 있었다. 현재 사역중인 동료 선교사들 중에도 많은 분들이 1년에 몇 차례씩 말라리아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원하던 원치 않던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의 삶에서 피하기 어려운 삶의 파괴자이자 가장 무서운 적군인 셈이다.

본 교단 출신의 아프리카 1호 선교 사셨던 고 J선교사님도 몇 년 전 말라리아로 돌아가셨을 때 우리들이 직접 나이로비 외곽의 한 화장터에서 화장을 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말라리아는 국적이나 출신을 막론하고 소중한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2~3억 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지난 한 해 동안만도 150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그 중에 어린이는 백만 명이 넘는다. 사망자의 90퍼센트는 아프리카였다. 유니세프에서는 30초당 1명의 어린이들이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사역하고 있는 우간다는 매년 11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있다. 주변 이웃들을 돌아보면 말라리아에 걸려있거나 투약중인 말라리아 환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말라리아는 가장 오래된 감염성 질환 중의 하나로 BC 5세기경부터 기록에 남아 있으며, 치사율이 상당히 높은 고위험군 질병이다. 또한 말라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며 모든 감염질환 가운데 가장 유병률(有病率)이 높은 질병 중의 하나이다. 오래전 한국에서는 학질(疾)이라고 불리어졌고,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급성 및 만성 재발성 감염질환이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오한과 열, 빈혈, 비장비대증이 주요증상이며 간혹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보통 네 종류의 말라리아가 있는데 처방전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40년 이상이나 몸속에 잔존하는 고약한 특징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죽음의 대명사는 에이즈이지만 실제로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원인은 모기를 매개체로 하는 말라리아이다. 죽을 수 있는 이유가 참 많은 곳이 아프리카이지만 그 중에서도 말라리아를 가져오는 모기는 제 일의 살인마이다. 작지만 강력한 죽음의 총사령관자리는 다름 아닌 모기가 차지하고 있고, 그 모기에 의해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납득하기 어렵지만 아프리카의 현실이다. 낡고 구멍 뚫린 모기장은 그들이 매일같이 오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되기도 한다.

에이즈로 죽음의 문턱까지 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주변의 많은 이웃들이 에이즈로 목숨을 잃은 가족들의 얘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먹을 것 때문에 죽고, 반군 때문에 가족을 잃고, 이래저래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라리아로 죽는 사람에게는 그 수가 부끄러울 정도이다.

좋은 일로 달려가기도 부족한데 열악한 환경과 빈약하기 그지없는 의료혜택 등으로 변변한 모기장과 3일간의 약만 복용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을 터인데 우간다와 아프리카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지금도 이 작은 살인마와 생사를 건 싸움을 하다가 저 세상으로 우~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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