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형을 군산에 있는 중 학교로 보내 공부를 시켰다. 당시는 섬에서 도시로 나가 공부하는 것이 마치 외국유학을 가는 것처럼 힘들게 생각되었을 때였다. 나까지 도시로 내보내기는 힘들었다. 목사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로 나가 공부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오직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기도를 참 많이 했다. 밤이면 소금창고에서, 낮에는 나지막한 뒷산에서 기도했다. 그저 어린 내 마음에 이렇게 기도하면 반드시 하나님이 길을 열어 주시고 목사님이 되게 해주실 것이라는 확신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군산으로 나간 형이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일을 배우며 홀로서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였다. 부모의 도움 없이 어린 나이에 홀로 서서 삶을 개척하고 안정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섬에서 오로지 목사가 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기도만 하고 있었다. 이런 나를 볼 때 형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어느 날, 형으로부터 군산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형은 큰 규모의 사업을 하는 한 곳에 나를 소개하여 주었다. 당시 어린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지만 그렇게라도 동생이 섬을 빠져나와 도시로 진출하게 되기를 형은 바랐던 것이다. 섬에서 나와 일하다보니 도시에서의 삶은 훨씬 풍족하였다. 먹고 자고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나름 괜찮았다. 그러나 나는 세속적인 돈과 안락함에는 만족함과 행복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단 하나의 꿈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직 목사가 되어 실컷 예배드리고 십일조 드리고 교회에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니엘처럼

나는 엄청난 충격과 곤란에 빠졌다. 예수님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 집의 환경 때문이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는지 몰라도 매일 밤마다 음식을 차려 놓고 제사를 드리는 우상을 섬기는 집이었다. 나는 주일에 교회에 갈 수 없었다. 그 집에 있는 한 예수님을 믿을 수 없었다. ‘예수님을 믿을 수 없고 교회를 갈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져 밤마다 괴로워했다. 교회에 못가고 주일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내게 최악의 비극이자 불행이었다. 일하면서 기도하며 공부하다가 때가 되면 목사님이 되리라는 꿈도 희망도 다 무너져 버렸다. 차라리 섬에서 몸부림치던 때가 훨씬 나았다. 예수님 앞에 가지 못하는 아픔과 서글픔이 너무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고통 속에 몸부림을 쳤다. 배를 곯아도, 가난해도 섬에서 기도하고 주님을 섬길 수 있었던 때가 행복했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당시 도시 교회들은 저마다 높은 종탑 위에 스피커를 설치하여 찬송을 흘러 보내주었다. 그 찬양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는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았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예수님을 믿을 수 없는 우상의 소굴에서 지금 무엇하고 있는가? 몸 편하자고 지금 이러고 있단 말인가? 그래.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자!’ 결국 단호하게 결심을 하였다.

믿음의 결단

먼저 예의상 주인아저씨와 이야기를 해서 결단내기로 했다. 어렸던 내가 그런 당찬 행동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대견해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때 나는 큰 기업을 운영하는 부자 주인에게 용기를 내어 담판을 벌였다. “나는 예수님을 믿으니 반드시 주일을 성수하고 교회에 나가야 합니다. 주인님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나는 당장 뛰쳐나가겠습니다. 이곳에 있지 않겠습니다.” 그 주인은 나를 예쁘게 보았던지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나도 네 신앙을 인정한단다. 너에게 제사상에 절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잖느냐. 네가 교회를 못 간다는 것뿐이지 네 신앙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우상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저렇게 섬기는 우상이니 어떻게 교회를 나가게 할 수 있느냐?” 좋은 말로 달래면서 있다 보면 혹시 교회를 나갈 수 있을지 모르니 참고 좋은 곳에 그냥 있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다니엘은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갔으나 자기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우상 앞에 제사한 진미를 거절하면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것을 생각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 죽는다는 왕의 어명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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