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철 목사(대은교회)

사울 왕이 다윗을 죽이려 한다. 그 날 후로 사울이 다윗을 주목하였더라(삼상 18:9). 보고 또 보고 뜯어보고, 들춰보면 미운 것 밖에 안 보인다. 사울의 살의를 요나단과 미갈의 도움으로 피한 다윗은 어디로 갔는가? 라마로 갔다. 사무엘의 고향이요, 여기에 사무엘이 나욧을 만들었다. 믿는 무리, 영성이 뛰어난 자들의 공동체가 있는 곳이다. 이 사실을 누군가가 사울에게 전한다. 이에 사울이 라마 나욧으로 전령을 보낸다. 단순한 전령이 아닌 무장 체포조, 혹은 자객 같은 군인들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들이 라마 나욧에 가까이 갈 때 선지자 무리가 예언하는 것과 사무엘이 수령으로 선 것을 볼 때에 하나님의 영이 역사하신다. 그들도 예언한다. 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여기 왔는지를 잊고, 하나님의 영에 감동되어버린 것이다. 그 보고를 받은 사울이 다른 전령을 보낸다. 또 세 번째까지 그리한다. 이제는 사울이 직접 나선다(22절). 그런데 사울도 예외 없이 하나님의 영이 임하심을 받는다. 예언하며 하루 밤낮을 벗은 몸으로 누웠다.

1. 다윗은 라마 나욧으로 도피했다.

다윗이 도피한 라마 나욧은 군사 요새도 아니고 상업이 번창한 경제적인 중심지도 아니다. 눈에 띄기 쉬운 작은 마을인데 왜 그리로 도피한 것인가? 그러나 그곳은 사무엘의 공동체가 세워져 있었고 하나님의 영이 강하게 역사하는 은혜의 장소였다. 인생의 위기에 자신이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닌 가장 뜨겁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가장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 하나님의 영이 강하게 역사하는 곳이 산성에서 칼과 창으로 보호받는 것보다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골리앗과의 대결에서도 그는 칼과 창과 단창을 의지하지 않았다.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삼상 17:45)

다윗은 위기의 순간에도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장소보다 하나님이 계시고, 성령이 역사하시는 곳을 찾았다.

2.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전령들이 올 때에 사무엘과 그와 함께 있던 선지자들이 무엇을 했길래 전령과 사울이 예언하는 일이 벌어졌는가? 20절 말씀을 보면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직 예언만 했고, 사무엘은 흔들림 없이 수령으로 서 있었다. 여기서 예언이라는 것은 단순히 예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영광을 기리는 기도와 찬송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배의 공동체였더라는 것이다. 그들이 하지 않았다면 누가 했는가? 라마 나욧의 영적 파워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선지자 무리들? 아니면 사무엘? 아니다 주님의 영이다. 우리는 자꾸 무엇을 하려 한다. 아버지께서는 오직 그분의 일에 집중하기를 원하신다.

3.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종일종야, 곧 하루 밤낮을 벗은 몸으로 누웠던 사울은 이후에 변화되지 않는다. 엄청난 은혜의 체험을 하고서도, 마음이 닫혀 있는 그는 변화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조롱했다(24절). 사울도 선지자 중에 있느냐? 아무리 좋은 것을 주어도 내가 아멘으로 받지 않으면, 그리고 회개하고 돌아서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발전은 없다. 해피엔딩도 없다.

우리는 사울의 이후의 행적과 그 마지막을 분명히 안다. 이때 은혜 받은 사건을 통해 가치가 바뀌고,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는 자가 되었더라면, 어쩌면 다윗보다 더 위대한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록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은혜를 사모함이 안전을 추구함보다 낫다.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시는 것이 내가 지키는 것보다 훨씬 낫다. 또 신앙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 신앙적 지구력이 필요하다. 사울은 은혜를 체험하고도 변화되지 못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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