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박사(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들어가는 말

길보른 가족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E. A. 길보른은 동양선교회의 창립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1907년 카우만부부, 김상준, 정 빈과 함께 한국성결교회를 시작했다. 그의 아들 버드 길보른은 1920년대 동양선교회 한국 책임자였으며, 한국을 떠나 중국에 가서 사역할 때에도 동양선교회 부총리로서 한국성결교회를 실질적으로 감독했다. 버드 길보른은 세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는 에드윈 길보른으로 서울신학대학교 제2대 학장을 지냈고, 그 다음에 쌍둥이인 어니 길보른은 오랫동안 일본 선교사로 일했고, 엘마 길보른은 에드윈과 함께 한국교회를 위해서 일했다. 본 논문은 엘마 길보른에 관한 연구이다.

엘마 길보른은 한국성결교회 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와 한국사회에도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해방 후 한국성결교회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는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엘마 길보른이 미국의 구호단체와 협의하여 한국성결교회를 구호물자 배분 기관으로 선정한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사회가 어려웠을 때 엘마 길보른은 동양선교회의 전통적인 구령중심으로 선교에서 벗어나 “배고픈 위를 채워 줌으로서 심령의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선교방식을 접목하였다. 이것이 많은 문제를 가져오기도 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성결교회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와 사회는 엘마 길보른의 사역에 많은 빚을 졌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것을 인정하여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대통령훈장을 수여하였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엘마 길보른의 성장 과정과 한국전쟁 이후 한국교회의 재건에 관한 사역을 살펴보려고 한다. 본 논문은 엘마 길보른의 이같은 사역을 살펴보기 위하여 우선 그의 성장배경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엘마 길보른은 동양선교회의 창립자를 이은 2대 선교사이며, 따라서 그의 선교사업은 이런 그의 성장배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그가 한국전쟁과 이어지는 한국사회의 재건과정에서 그의 활동을 추적해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한국교회사가들은 초기 선교사들과 관련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해방 후 더욱 중요하게 한국전쟁 이후에 선교사들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본 논문은 바로 이런 과정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본 논문은 지면과 시간적 제약 때문에 엘마 길보른의 사역을 1950년대 후반까지 제한했다.

이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는 엘마 길보른의 자서전, Missionary Maverick이 있다. 엘마 길보른의 자서전과 함께, 그의 형 에드윈 길보른이 쓴 동양선교회의 역사, Bridge Across the Century도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아울러 엘마 길보른의 사역에 대해서 동양선교회 잡지 Missionary Standard와 동양선교회 한국지부의 보고서도 있다. 한국 측 자료에는 ‘활천’과 ‘총회회의록’을 들 수 있다. 한국성결교회 100주년을 기념해 출판한 한국성결교회 백년사는 길보른 사역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그려줄 것이다.

Ⅰ. 엘마 길보른과 선교의 준비

1. 엘마 길보른의 가정적 배경

엘마 길보른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그가 동양선교회 선교사라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이 이것을 인식해 주기를 바라고 있고, 자신이 하는 일이 동양선교회와 관련되기를 원했다. 엘마 길보른이 동양선교회의 선교사로서 은퇴하고 빌리그래함의 아들인 프랑클린 그래함이 운영하는 Samaritan’s Purse에서 초청받았을 때 엘마 길보른이 요구했던 내용 가운데 하나가 자신이 동양선교회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엘마 길보른은 프랑크린 그래함에게 “당신은 내가 동양선교회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나는 동양선교회에서 태어났고, 나의 할아버지는 동양선교회 창립자의 한분이며, 내 발바닥에서 머리 끝까지 동양선교회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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