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목사(임마누엘교회)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정복전 준비 작업을 마치고 그들이 진을 쳤던 모압 평지의 ‘싯딤’이라는 장소에서 12km를 이동하여 요단강 근처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에서 3일을 지낸 후 그들은 드디어 요단강 도하를 시작하기로 하였는데 요단강 도하는 ‘레위 사람 제사장들이 언약궤 메는 것’을 신호 삼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요단강 도하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여호수아 3장 15절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그때가 ‘요단이 곡식 거두는 시기’였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달리 9~10월에 씨를 뿌려서 4~5월에 거두는데 이때가 우기여서 강물이 만수가 되는 시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요단강 도하를 준비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시기였던 셈입니다. 자칫 강을 건널 때 위험한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묵상하다가 한 템포 늦추어서 요단강 도하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약속의 땅에 들어가는 것이 이미 40년이나 늦추어진 일이니 몇 달 늦게 들어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 않을까요? 더욱이 노인들과 여인들 그리고 아이들을 감안한다면 만수 때 요단강을 건너는 일은 매우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디 그뿐이었겠습니까! 요단강을 그냥 건너는 것도 위험하거늘 법궤를 어깨에 메고 요단강을 건너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수 3:8) 『... 너희가 요단 물가에 이르거든 요단에 들어서라(히. 바야르댄 타아모두)하라』고 명령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들어서라’의 원어적 의미는 ‘계속해서 서 있으라’는 말입니다. 물론 문맥상 “물가에서 서 있으라”하는 말도 되지만 “물 안에 들어가서 서 있으라”고 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도저히 이해가 불가한 명령으로 보이는 대목이지만 그들은 이상한 하나님의 명령에 순박하게 순종합니다. 물론 요단강 도하를 몇 달 늦춘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을지 모르나 그들은 이 이상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기로 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항상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상황에서 믿음으로 응답할 때 기적을 일으키시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나타내십니다. 요단강 도하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5절에 보면 “그들의 발이 물가에 (히. 비크쩨)에 잠겼다(히. 니트벨루)”고 말씀하였습니다. 그들이 발이 잠겼다고 하니까 우리는 물에 푹 젖어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잠겼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니트벨루’라고 하는 말은 ‘겉에 바르고’, ‘뿌리는 것’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즉 그들의 발이 물에 푹 잠긴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물이 그들이 샌들에 살짝 닿자마자 하나님이 요단강을 멈추셨음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입니다. 순박한 그들의 믿음을 통해 산을 옮기시는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진 것입니다. 사실상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의 정복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태도였습니다. 그들은 전쟁 한 번 경험해 보지 못한 제2세대입니다. 대부분이 광야에서 태어나 물과는 익숙하지 않았으며 광야에서 태어나 전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약속의 땅에 들어가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우상을 숭배하고 음란한 세상문화와 폭력 그리고 굳이 하늘을 향하지 않아도 젖과 꿀이 흘러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땅으로 가야 할 시점에 그들이 서 있습니다. 이때 그들이 꼭 지켜야 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이상한 명령에 순박하게 순종하는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순박한 순종’만이 그들이 그 땅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이 그들로 하여금 “언약궤를 메고 백성에 앞서(히. 리프네이 하암) 나아가라”고 명령하셨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백성에 앞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리프네이 하암’이라고 하는 말은 ‘그 백성들의 눈앞에서’ 그렇게 건너가라는 의미였기 때문입니다. 다음 세대 앞에서 그들이 보여주었던 ‘순박한 순종’은 그들이 그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최고의 방법이었습니다. 이는 다음 세대 앞에서 법궤를 멘 이들이 보여주어야 할 모습일 것입니다. ‘순박한 순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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