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보가 되면 ‘불쌍한 친구를 돕자’고 마음씨 착한 친구가 모이고, 내가 바보가 되면 ‘도움받을 가치가 없다’고 약삭빠른 친구는 다 떠나고, 내가 바보가 되면 정말 바보는 다 떠나고 진정한 친구만 남는다. 내가 바보가 되면 세상이 천국으로 보인다. 그냥 이대로가 좋으니까(톨스토이 ‘바보이반’)”

누구에게도 져 본 적이 없는 교만한 할머니 집에 똑똑한 며느리가 들어왔다. ‘저 며느리는 이제 죽었다’며 사람들이 걱정했는데, ‘처음부터 잡아 놓아야 한다’고 벼르고 벼르던 시어머니가 어쩐 일인지 조용했다. 생트집을 잡고 일부러 모욕도 주고, 시집살이를 시켰는데도 며느리는 전혀 잡히지 않았다. 왜냐면 며느리가 그때마다 시어머니 발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한 번은 시어머니가 느닷없이 “친정에서 그런 것도 안 배워왔냐!”고 트집을 잡았지만, 며느리는 공손하게 “제가 친정에서 배워온다고 해도 시집와서 어머니께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모르는 것은 자꾸 나무라시고 가르쳐 주세요”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 것도 모르면서 대학 나왔다고 하느냐!”고 모욕을 줬는데, 웃으며 “요즘 대학 나왔다고 해 봐야 옛날 초등학교 나온 것만도 못해요, 어머니!” 매사에 이런 식이다. 무슨 말대꾸라도 해야 큰소리를 치며 나무라겠는데, 이건 어떻게 된 것인지 뭐라고 한마디 하면, 그저 시어머니 발밑으로 기어들어 가니, 오히려 시어머니가 불안해졌다.

결국 시어머니는 “집안 모든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 권위와 힘으로 누르려는 시어머니를 겸손함이 이긴 것이다. ‘교만을 버리고 내려간다’는 것이 죽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먼저 내려가는 사람이 결국은 이긴다.

사람이 겸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매일 발로 밟아주지 않으면 잡초처럼 순식간에 웃자라 버리는 게 인간의 교만이다. 평생 비실대다가 어쩌다 돈 좀 벌었다고 거덜대고, 작은 감투 하나에 큰 벼슬이라도 한양, 우쭐대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교만은 ‘일만 악의 뿌리, 패망의 앞잡이’라고 했다.

천하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다. 물은 어떤 형태에도 적응하고, 늘 겸손하게 낮은 곳으로 흘러 막히면 돌아가서 끝내 목적지에 이른다. 강한 것은 결국 깨지고, 풀처럼 유연한 것은 부러지지 않는다. 리더들 대부분이 외유내강스타일이다. 법정은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것, 이것이 세상사는 지혜의 전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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