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의 눈으로 본 인간 몸의 발생과정과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본 신앙의 발생과정을 대비시키며 얻은 성찰과 묵상을 담아낸 책이다.

“죽었던 인간이 다시 태어나는 신앙원리가 과학의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신앙의 눈으로 과학을 읽고 과학의 언어로 신앙을 고백하다.”

신앙과 가장 반대되거나 신앙을 위협하는 학문을 꼽으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과학’이라 답할 것이다. 과학 중에서도 물리학, 화학, 전자공학보다는 생명의 신비를 다루는 생물학이 유독 불편하다. 이 책을 쓴 저자는 20년째 생물학 연구실에서 생명의 신비를 연구하고 있다. 마우스의 유전학을 기반으로 분자 세포 생물학, 생화학과 관련된 방법들을 활용해 골수안 미세환경의 정체와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실험실에서 생명의 신비를 연구하며 하나님을 더 깊게 만났다고 한다. 실험실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과학이 하나님의 창조를 더 확실하게 증명해 준다고 고백한다. 평생 생물학을 연구한 과학자는 왜 이런 신앙고백을 하게 되었을까 알아보자.

1부 생명의 출발(사망에서 생명으로)

어머니로부터 온 난자와 아버지로부터 온 정자의 만남으로 수정되어 부모의 씨앗으로 결합해서 생명이 만들어진다.

“제자들이 물어 이르되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요9:2~3) 라는 말씀을 기준 삼으면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는 사고일 뿐 부모가 물려준 유전적 책임은 아니란 말이다.

정자와 난자는 세포막 융합을 통해 하나가 된다. 수정은 일방적인 반응이 아니라 양쪽 합의로 하나 되는 현상이다. 뒤이어 절반씩 가졌던 DNA가 결합해 마침내 온전한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수정란이 된다. 더불어 하나됨이다.

2부 탄생의 여정(자라고 변하는 신앙의 세포)

“당신의 인생에서 진정 최고로 중요한 시기는 출생도 결혼도 죽음도 아닌 낭배형성이다.” 라는 루이스 월퍼트의 말에 공감하는 이유는 장차 모든 장기의 발달이 일어날 전구체의 모습이 갖춰지는 가장 중요한 시기 때문이다.

난할은 정자을 받아들인 난자가 새로운 세포 되듯, 그리스도를 영접하여 거듭남과 같다. 그 생명 활동을 위해 하나님의 음성 듣기에 예민하자. 두 세포의 대칭성은 깨지고 다양한 제 삼의 존재로 자라나는 것이 생명의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영적 가르침이 있다.

1, 내 신앙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며 자신과 똑같은 신앙을 갖게 하려는 태도(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음)

2, 사적인 신앙을 넘어 공적인 신앙의 차원에서도 교단이나 교파의 우월성을 강조하여 다른 교단이나 교파의 교리와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거나 이단시 하는 태도(자기 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성숙한 모습)

발생학의 꽃은 다양성의 시작으로 비대칭 세포분열이다. 그 과정에서 ‘영양세포’는 버려지는 게 아니라 배아의 온전한 발달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다. 다르므로 온전한 하나의 생명체, 아기로 태어날 수 있다. 변치 않는 하나님의 나라는 같음의 작용과 다름의 향연이 공존한다.

낭배형성은 동물이 동물답게 되는 과정이다. 낭배는 심장, 위장, 피부 등 모든 장기 및 조직들이 만들어질 다능한 전구세포의 집합이다. 이 시기의 배아를 낭배라고 부른다.

낭배형성 과정을 공부하며 순전한 신앙은 변함없이 간직해야 하지만 성장과 성숙을 거쳐야 한다고 적용했다. 하나님의 나라는 풍성함과 다양함이 공존하여 다양성을 존중한다.

신앙 세포도 다양한 형태로 어우러져 자라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장의 동인이신 성령을 근심, 소멸시키는 사람은 빈털터리로 살아간다. 믿음의 열매는 말씀에 반응하는 일이다. 과학은 학문 연구도 중요하지만 과학에 접근하는 기본자세가 더 중요하다.

복음을 듣고, 은혜에 감사하고, 과거 반성, 하나님 앞에서 회개, 사명 재다짐 등은 모든 성도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 이게 없으면 형식만 남는 신앙으로 변질된다.

혈관과 연결되지 않은 심장, 근육과 연결되지 않은 뼈처럼 이해나 해석 없이 주문 외우듯 성경만 읽는다든지, 상황과 무관한 기도를 한다든지 객관적인 눈 없이 긍정의 힘만 앞세워 감사하다는 말만 앞세우는 등의 신앙 형태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보다는 내 안의 열심을 사모하는 종교인은 참 신앙인일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신앙점검이다.

3부 삶의 전반전

나는 신실한 신앙을 소유한 부모님아래 사랑받으며 자라나 모태신앙으로 예배반주자로 성장하여 신앙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부족함이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청년기에 옹기장이 찬양선교단에서 청춘을 다 보내고 함께 찬양하던 후배와 만나 결혼했다. 결혼과 동시에 광야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 같은 시간이 흘러간다. 남편을 따라 러시아 선교사로 4년, 교단의 본부에서 간사로 2년, 선교사 훈련원 원감으로 일하다 지방 도시 교회에서 9년 목회를 인정받아, 부산에 있는 교회로 부름받아 6년, 마침내 다시 지방 도시 교회에서 8년째 사역 중이다.

결혼 31년,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삶은 후반전으로 치닫는다. 광야를 지나야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수 있듯이 나의 현재 시간은 지나온 30년을 추억해 보는 그 시간들 중에 가장 평안하고 행복하다. 고통의 절정의 시간에 만난 ‘파이프오르간’이 나에게 친구가 되어 주어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 주고, 수 많은 책들이 나의 삶에 기쁨이 되어 준다. 특별히 소리내어 성경을 읽는 시간은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하는 행복한 시간이다. 평생의 반려자인 나의 남편이 친구가 되어 주었듯이 앞으로도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줄 것이고,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나와 항상 함께 계시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지나온 60여 년 신앙 여정을 발판으로 남은 여정을 그릴 때, 어떤 인문학자의 말, “앞으로 살아가고픈 시간을 정해 놓고 날짜를 세어 본다.”던 말이 기억난다. 장수가 무조건 복은 아니라는 세간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얼마일지 모른 나의 남은 삶은 그 길이 보다 질에 더 집중해야 하리라.

바로 내 앞에 서신, 건강이라는 자산을 다 소비하신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양 시설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생존을 이어가지만 거기서도 종종 낙상 사고를 겪어 고관절 수술 등을 치르고 중환실에 유기된 분들을 보면 상념이 깊어진다. 생물학자의 신앙고백을 덮으며 내게 남은 여정을 보다 의미있고 건강하게 살아낼 구체적 방안들을 강구해야겠다. 김영웅,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선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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