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총장, 명예교수

오경 전체 이야기를 형성하는 결정체의 핵심은 바로 출애굽 구원 사건이다. 역사서의 내용도 더욱 이스라엘 역사에서의 구원과 자유케 하심의 하나님의 행위(특별히 사사기)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은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의 구원 행위는 하나님의 백성과 그 개인들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태고 역사와 묵시록적 기사(24장~27장)를 보면 모든 인류와 동물에게까지도 미치는 하나님의 구원행위이다.

구약성서는 역사 사건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보고 지금 절박한 상황에서의 현실적 구원, 축복을 강조한다. 그래서 구약성서에는 부활사상이 빈약하고 내세관이 분명치가 않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의 역사는 정지할 줄 모르고 미래를 향해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목적이 없이 갈 바를 모르는 달음박질이 아니라, 오히려 이스라엘 역사에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그것은 역사 안에서, 역사의 종점에서 이스라엘 역사를 영광스런 승리로 장식해 줄 메시야 사상이다. 오신다고 하신 메시야의 오신다는 약속이 역사의 지평선 너머로부터 온다는 것을 예언자들은 바라보고 외쳤던 것이다.

쿨만(Oscar Cullmann)은 그리스도 중심의 구원사를 말하면서 역사의 중심, 즉 시간의 복판과 공간의 복판에 그리스도가 계시다고 했다. 호르던(W. Hordon)은 기독교 신앙은 역사적 신앙이기 때문에 역사와 신앙의 문제는 기독교가 피할 수 없는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다른 여러 종교들이 신의 계시를 찾아내기 위해서 자연이나 신비적 또는 합리적 경험에 의존하는 데 비해, 성서적 신앙은 어떤 역사적 사건 가운데서 계시를 찾는 것이라고 보면서, 역사적 사건과 영감받은 예언자(혹은, 사도)에 의한 해석의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본다.

Ⅳ.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관계

구약성서(O.T)와 신약성서(N.T)의 관계를 약속과 성취를 동시에 가지신 하나님의 계속적 활동으로 보는 견해이다.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관계를 약속과 성취의 관계 구조로 보는 것보다, 약속과 성취를 동시에 가지신 살아계신 하나님이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서 계속적인 계시와 활동을 하고 계심으로 봐야 한다는 전제이다. 왜냐하면, 구약에 약속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의 성취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성서 기자는 출애굽 사건을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언약(창 15:8-18)이 성취된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여호수아가 야웨께서 모세에게 이르신 말씀대로 그 온 땅을 취하여 이스라엘 지파의 구별을 따라 기업으로 주었더라. 그 땅에 전쟁이 그쳤더라”(수 11:23)

또, 신약에는 성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약속의 언약으로 인간을 묶어 놓고 그 성취를 바라보고 있다.

짐멀리(W. Zimmerli)는 구약과 신약의 관계를 ‘약속’과 ‘성취’라는 용어를 가지고 연구하며, 이 약속과 성취의 범주는 시간의 연속성을 따라 앞뒤로 연장되고 있는 한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구약성서 전체를 개관해 보면 우리 스스로가 약속에서 성취로 향해가는 큰 역사의 흐름 가운데 개재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역사의 흐름은 마치 큰 강과 같아서 한 곳에서 급류가 되어 흐르는가 하면, 또 다른 곳에서는 거의 흐르지 않고 뒤로 돌아가는 듯이 소용돌이치기도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역사 자체의 한계를 넘어서 있는 먼 목표를 향해 전체로서 서서히 전진해 간다. 그래서 이 역사는 흐르는 강과 같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는 역사 전체의 한계를 넘어서 있는 목표를 약속이 성취된 복음인 예수 그리스도라고 본다. 그러나 신약의 그리스도인들은 새로운 대망의 상태에 붙잡혀서 약속과 성취 사이에 놓인 긴장의 원호 아래서 새로운 방법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소위 역사적 구약해석방법으로, 구약성서를 하나님의 계속적인 구속 활동의 역사로 이해한다. 이 견해는 구약성서 전체를 약속과 성취라는 구속 속에서 보려는 점에서 특이하다.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인의 실존은 분명히 약속과 성취가 팽팽하게 긴장된 괄호(an arc) 위에 놓인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간다(빌 3:12f).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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