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중학교 교장이 편의점에서 ‘레귤러’(regular) 사이즈 컵에 ‘라지’(large) 분량 커피를 내려받아 마신 게 들통이 나 파면을 당했다. ‘레귤러’와 ‘라지’ 컵의 금액 차가 고작 70엔(630원)이고 총 7차례 범행해 490엔(4천4백십 원)을 득 봤다. 그 죄로 30년 봉직한 교단에서 쫓겨나고 억대 퇴직금도 못 받는다. 가혹한 징계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일본 주류 사회는 ‘범죄는 범죄’라는 반응이었다. 일본은 그 직업에 직접 관련된 의무를 위반했을 때 더 무겁게 징벌한다.

우리나라에선 공직자가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대학교수가 서류를 위조해 입시부정을 저질러도, 시민운동가가 불법 대출로 강남에 고가아파트를 사도, 턱도 없는 성 관련 궤변을 말해도 국민이 이들을 지지해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준다. ‘부끄럽다’는 인터넷 반응도 있지만 소수다.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시에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 굳이 ‘나 하나 꽃피운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묻는 그 마음은 무엇일까? 아무리 ‘하면 좋은 일’이라고 해도 나 혼자 애쓰다가 손해 보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열매를 누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내가 꽃을 피우고 너도 꽃피우면 결국 온 세상 풀밭이 꽃밭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부분이 우리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정말 그러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땅에 필요한 사람은 남이야 꽃을 피우든 말든 내가 꽃피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주변에 파급되어 사회의 생각과 가치관을 바꾸기도 한다.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깨우쳐준 김장하 선생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약방의 점원으로 열아홉 살에 한약사 자격을 얻은 후 한약방을 성실히 운영해 많은 돈을 벌었고, 번 돈을 가난한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베풀었다. 자신은 평소 다 해진 옷을 입고 그 흔한 자동차도 없이 자전거로 다녔다.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인 세상에 선생의 헌신적인 베풂과 사회운동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돈은 똥과 같아서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라는 철학으로 남에겐 아낌없이 베풀었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불을 일으키고 작은 도토리 하나가 큰 숲을 만든다. 브라질에 사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대기에 변동을 주고 증폭되어 미국 텍사스에 큰 폭풍을 일으킨다. 평범한 한 사람의 위대한 실천이 세상을 변혁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 누구나 그러한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