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4.18 목 13:54
상단여백
HOME 기고/오피니언 특별기고
<쓴물단물>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4.01.17 23:38
  • 호수 603
  • 댓글 0

소셜미디어에 나오는 ‘2024년도 신설학과 서울대학교 정치의학과’ 패러디 포스터에서 테크노 포퓰리즘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병원과 정당 틈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정치 아래 두는 타협을 한 일부 의사의 처신이 안타까웠다. 국경도 없고, 적군도 치료하는 게 의사의 사명이다. 전쟁 중에도 의료시설은 국제인도주의 법에 따라 보호받는다. 의사는 환자 상태를 진단하고 최적의 시기에 최선의 처방을 내리고 최고의 정확성으로 회복을 예견하고 도와주는 ‘전문직 종사자’다.

부산에서 발생한 야당 대표 피습사건에 관련된 의사들 모습에 의문이 많았던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의 부속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비전문적이고 비윤리적인 집단인 정치인들이 고도의 전문성과 윤리성이 필요한 전문직과 타협하며 만들어 내는 슬픈 현실이었다. 그의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지만, 주지하다시피 응급 상황이었다면 부산대병원에서 수술 받는 게 맞고, 응급이 아니라면 닥터 헬기를 타고 서울로 올 필요가 없었다. ‘1cm 열상’이든 ‘1.4cm 자상’이든, 그게 3차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일주일 넘게 입원할 부상인지도 의문이다.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대선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고 정부·지자체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병원을 전국에 70개 지어 치료를 위해 서울로 올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고 ‘의료 서비스의 지역화·공공화’를 주장했던 사람이 지역의료계를 무시했다며 전국 병원과 의사회가 성명을 내고, 시민단체가 수술 집도의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대 이식혈관내과 의사가 “내경정맥이 절단된 상태였고, 혈관 손상이 보여 응급 수술이 필요했다”며 의학용어를 동원해 설명했지만, 부산에서 이송해 온 정황을 이해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무튼 의사가 정치의 액세서리가 되었다.

정치가 군림하는 것이 비단 의료계뿐이겠는가. 우리나라 정치의 불행은 ‘정치 자체의 후진성’에 그치지 않고 그 후진성이 사회 각 분야 구석구석을 ‘자기들 수준으로 끌어내리는데’ 있다. 정치와 전문성의 잘못된 만남, ‘테크노 포퓰리즘’이다. 둘이 서로 편의를 주고받으며 진실을 왜곡할 때 사회는 이상한 곳으로 흘러간다. 좋은 정치는 사람들이 전문성과 소질을 펼치며 살 수 있도록 만든다. 무엇을 하든 정치를 의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 과잉사회’를 누가 원하겠는가? 각자의 지식과 기술을 갖고 정치와 상관없이 ‘진정성을 가진 지도자’를 모시고 존경하며, 좋은 나라에서 편하게 살아가고 싶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좋아요 0

기독교헤럴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