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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의 BooK-Life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06.01 16:44
  • 호수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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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 (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이모는 간암을 앓았다. 간암은 쉽게 재발했고 그때마다 고주파 열치료술을 받았다. 몸에 작은 바늘을 꽂아 종양을 태우는 힘겨운 치료였다. 다섯 번째 치료를 받던 날, 결국 이모는 주치의와 의논 후 간이식을 결정했다. 주치의가 제안한 방법은 이모의 간을 완전히 떼어내고 기증자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어려운 수술이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기증자의 건강이 중요했다. 기증자는 젊으면 젊을수록, 건강하면 건강할수록 좋다고 했다. 이모네 젊고 싱싱한 간은 요한 오빠였다. 오빠에게 간이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모부의 모습이 꼭 별주부전의 거북이 같았다. 용왕님을 살리기 위해 토끼의 간을 가져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그 토끼가 아들이라니. 토끼와 거북이는 햇볕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거실에서 만났고, 거북이는 어렵게 토끼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아빠, 그건 당연한 거다.” 가녀린 토끼의 첫 대답이었다. 배를 갈라 자신의 간 절반 이상을 떼어줘야 하는 대수술을 앞에 두고 당연하다니.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 거북이가 더듬거리며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토끼는 말했다. “내가 엄마 아들이잖아. 그건 당연한 거다.” 이식을 결정하고 동의서를 쓰는 토끼에게, 의사 선생님은 전신마취를 할 거라는 이야기와 혹시 모를 상황들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두려움을 물리치고 이때부터 토끼는 아무도 몰래 최고의 간을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렇게 싫어하던 운동을 하고, 튀기거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았던 스물. 토끼는 한 번뿐인 청춘의 시간을 ‘용왕님께 바칠 싱싱한 간’을 만드는 데 들였다.

 

기나긴 수술이 끝나고 용왕님이 힘겹게 눈을 떴다. 그러나 토기는 쉽게 눈을 뜨지 못했다. 원래 토끼는 간을 60%만 떼어 주기로 했었지만, 간이 생각보다 작아 70%나 떼어줘야 했고, 예정보다 많은 양을 떼어낸 게 토끼에게 무리를 주었다. 여덟 시간이 넘게 토끼는 침대에 누워 쌕쌕거리며 숨만 쉬었다. 토끼가 눈을 뜨지 못하는 내내 용왕님과 거북이는 수술 전보다 더 애를 태웠다. ‘혹시’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가득 채울 무렵 토끼가 눈을 떴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용왕님도 토끼도 모두 무사했다. 큰일을 겪고 나서도 오빠는 여전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무뚝뚝한 말 속에 애정이 흐른다. 이모가 쇼파에 누워 있으면 엄마 간은 엄마꺼 아니고 내꺼니 잘 돌보라거나, 엄마는 덤으로 사는 인생임을 잊으면 안 된다거나. 그러고는 꼭 한마디를 덧붙인다. “엄마! 엄마는 이제 내 딸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내한테 잘해라.” 

 

참 애틋한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마음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엄마는 이젠 내 딸이다.”라는 장난스런 아들의 말이 주님을 더욱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를 위하여 죽으신 주님, 그 죽음으로 인해 새 생명을 얻은 우리,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아들의 말대로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아들이고 딸입니다. 그리고 주님 때문에 덤으로 사는 인생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을 생각하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주었던 간, 주님이 우리에게 주셨던 생명과 같이 나도 누군가에게 나눠줄 간과 생명을 건강히 만들기 위해 오늘도 하고 싶은 것도 조금 참고 인내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부지런히 열심히 신앙과 삶의 조화를 이루는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들을 겸허히 행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세상을 향해 복음을 붙들고 간을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주의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래봅니다. 주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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