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 (숭실대학교)

알파와 오메가는 처음과 나중이라는 종교적인 언어이다. 요즘 세대들은 알파라는 단어를 세대와 접목시켜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냈다. 알파세대라는 신조어는 2011년 이후 태어나서 아날로그 시대가 아닌 테크놀로지의 시대로 일컬어진다.
   2011~2015년에 태어난 세대들은 과거와 달리 새로운 과학 기술의 진보를 체험하면서 기술 그 자체의 놀라운 변화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들이기도 하다. 이들 세대들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기 때문에 그 어느 시대보다 정보 공유에 많은 도움을 받는 세대들이기도 하다.
  과거 세대와 달리 알파세대들은 아날로그 시대에 관한 경험은 지극히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기술의 진보가 그 어느 시대보다 빠른 요즘 세상을 경험하기 때문에 아날로그의 추억을 공유할 수 없을 것이다. 
  알파세대들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까지 다양한 기술 발전의 속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세대들은 아날로그와 지금의 첨단 과학 기술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다. 이전 아날로그 시대는 지금보다는 휠씬 불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과학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인간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아날로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메모에 익숙했다. 중요한 약속이나 장소를 찾아갈 때는 꼭 메모를 하거나 수첩에 일정을 기록했다. 전화번호 수첩도 따로 있어서 그 당시에는 하나하나 전화번호 까지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기술 발전에 의존하면서 메모하는 습관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것 뿐만 아니다. 운전자들은 길을 찾아갈 때 장소를 기억하고 꼼꼼히 메모하거나 중요한 도로 표지판을 기억했다. 하지만 오늘은 네비게이션에 찾아갈 장소만 입력하면 자세하게 안내해 주기 때문에 더 이상 기억할 필요가 없다. 과학 기술은 너무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연말연시가 되면 한번쯤은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을 소중한 이들에게 보내는 추억을 다들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크리스마스 카드의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사진을 전송하는 등 아날로그 시대의 연하장 안부 인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알파세대 뿐만 아니라 요즘 동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학 기술 발전의 놀라움을 경험하고 있다. 잠시 배가 고파서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도로변에 위치한 패스트푸드 가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키오스크(Kiosk)를 만난다. 키오스크는 주로 공공장소나 커피 매장 등에 설치되어 있는 터치 스크린 주문 기계이다. 터치스크린으로 주문을 하면 곧바로 정보가 전달되어 매장에 주문이 된다. 이처럼 기계의 발달은 아날로그 시대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알파세대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같은 영상 매체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그들은 영상이나 시각적 컨텐츠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과거 문자와 종이로 메모하는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영상이나 스마트폰으로 일상의 삶을 이어가는 세대들이다.
  알파세대들은 스마트폰으로 보는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다. SNS로 타자와 소통하고 디지털 기술의 환경에 친숙한 오늘 현대인들에게 ‘아날로그의 추억’은 어떤 것일까? 기술의 발전은 나날이 더해가고 있다. 이런 시대적 맥락에서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은 또 무엇이 있을까? 그 추억의 책장을 때로는 한 번씩 넘겨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욱 스마트폰과 정보 통신 기술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타자와 함께 얼굴을 마주보는 인간미의 상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편리함, 그것이 가진 두 얼굴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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