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몇몇 상처 입은 독수리들이 모여 모두들 ‘자기가 제일 불행한 독수리’라고 얘기하며,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죽자!”고 결정하고 죽음의 언덕 밑으로 떨어지려고 내려가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영웅 독수리가 날아와 “너희들 지금 뭐해?”하고 소리쳤다. 상처 입은 독수리들이 “살기 너무 힘들어...죽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때 영웅 독수리가 큰 날개를 펴서 곳곳에 있는 상처들을 보여 주며 “내 몸의 상처들을 봐라! 이건 솔가지에 찢겨 생긴 것이고, 이건 다른 독수리에게 할퀴어진 자국이다. 이건 비바람에 상한 것이고 마음의 상처는 훨씬 많아!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겠냐? 태어나자마자 죽은 새들만 상처가 없을 거야.” “자, 일어나, 날자!” 정채봉의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에 나오는 얘기다.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있을까. 풀잎도 상처 없는 풀이 없다. 하물며 인간이 모여 사는 세상이랴! 나무의 나이테가 연륜을 말하듯 사람은 살아온 만큼의 아픔과 상처가 있다. 마냥 행복해 보이고, 높이 존경받는 사람에게도 지우개가 있다면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가 있다.

그런데 ‘너의 상처를 별로 만들라.’는 서양 속담이 있지 않은가? 조개에 상처가 생기면서 그 상처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진주가 만들어지듯, 상처 없이 보석 같은 사람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화가 고흐가 어느 날, 창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물건 포장을 했던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고 지나가는데, 앞가슴에 ‘Breakable(잘 깨짐)’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고흐는 자기 무릎을 치고 직감적으로 “아하! 사람은 깨지기 쉬운 존재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앞을 지나쳐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다시 보았는데, 그의 등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Be Careful(취급 주의)’ 고흐는 등에 새겨진 글을 보고 다시 한번 무릎을 쳤다. “맞아, 사람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거야!” 내 주변에 깨지기 쉬운 유리병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쉽게 깨지고 깨진 조각은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 이 유리병보다도 더 약한 것이 사람이다. 가장 쓰라린 것은 인간관계에서 받는 상처다. 서운한 말 한마디에 평온했던 인생이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상처 입은 마음은 갈퀴가 되어 주변 사람의 마음을 할퀸다. 오랜 세월 행복에 관해 연구한 조지 베일런트 박사는 ‘행복은 결국 관계 행복’이라고 했다. 절대 깨지지 않는 관계란 없다. 아름다운 관계는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로 유지된다. 한 번 놓치면 떨어져서 깨지는 유리병처럼 조심하지 않으면 쉽게 깨지는 것이 인간관계다. 명심해야 한다. “Breakable(잘 깨짐), Be Careful(취급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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