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전도사(기성 사랑의동산교회)

저자: 후카이 토모아키, 번역자: 홍이표, 출판사: 비아, 출판년도: 2018년

오늘날 종교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특히 그리스도교에 대한 시선은 더 그렇다. 그리스도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32)라고 외치지만 해방은커녕 오히려 사람들을 더 옥죄고 믿음을 강조한 나머지 이성을 마비시키고, 사랑을 말하나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폭력을 가며, 가난을 말하나 부를 사랑하고, 낮은 자들을 위한 종교라고 하나 사회 ‘주류’들로 이루어졌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수 없다. 좀 더 비관적인 사람들은 인류와 사회가 어느 단계까지 이르면 그리스도교와 교회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체계화한 기독교의 신학에 대한 시선을 더더욱 좋지 않다. 교회 밖의 사람들은 그리스도교 신학에 무관심하며 교회에 다니는 이들조차 신학의 존재 이유와 기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신앙생활을 오래 한 이들조차 신학에 관해 이야기하면 위화감부터 느끼며 급기야 ‘신학 무용론’을 말한다.

그리스도교와 그리스도교 신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름의 정당함을 가졌더라도 거기에는 무엇인가 결여되었다. 과연 기독교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가? 신학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인류사에 그리스도교는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 이와 맞물려 신학은 어떤 기능을 해왔는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그리스도교와 신학은 어떤 그리스도교이고 어떤 신학인가? 우리는 파편적인 경험과 현상만으로 그리스도교를 판단하지만, 이는 그리스도교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 책 ‘신학을 다시 묻는다’는 신학이 인류사에서 어떤 기능을 해왔는지 살펴보며 우리 시대에 신학은 어떤 기능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아아 신학마저도!’ - ‘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저자의 문제의식과 책의 방법론을 소개한다. 저자는 ‘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전통적인 두 방법인 슐라이어마허가 시작한 ‘신학 제 분야 해체’와 바르트가 제시한 ‘신학 입문’을 벗어나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려고 시도한다.

제2장부터 저자는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어 가는지 살피며 기독교 역사 속에서 신학은 어떻게 형성되고 그 성격을 바꾸어 갔는지 기술한다. 시작은 예수의 활동과 죽음이다. 예수는 이 세상의 종말을 선포했지만, 종말은 오지 않았다. 제자들은 종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예수의 가르침을 사회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그리고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 아래 신학이 탄생했다.

제3장 ‘그리스도교적 유럽의 성립과 신학’에서는 서유럽 세계를 새로이 마주한 기독교가 자신의 세력을 어떻게 확장해 나갔으며 이와 맞물려 신학의 성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핀다. 이 시기 기독교는 ‘시간’과 ‘죽음’을 통제함으로 유럽인들의 삶을 관리했으며 그 결과 신학도 ‘변증’이나 ‘번역 이론’을 넘어 하나의 전체 이론, 즉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학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제4장 ‘종교개혁과 중세의 몰락’ 이후 제7장까지 저자는 그리스도교 왕국, 그리스도교 유럽의 붕괴 이후 그리스도교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피며 이와 맞물려 보편학문으로서의 신학이 어떻게 성격이 바뀌었는지를 살핀다. 저자에 따르면 ‘그리스도교 유럽’이 붕괴함에 따라 신학은 ‘보편성’보다는 각 민족 국가, 혹은 교파의 정당성과 정체성을 옹호하는 학문이 되었으며 자본주의의 등장과 맞물려 하나의 ‘상품’이 되었다. 제도교회의 몰락에 따라 교회와 그리스도교 신앙을 구분하고 후자의 측면에서 전자를 비판하는 ‘교회 밖의 그리스도교’ 신학도 생겨났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신학들은 바로 ‘근대’라는 전환이 일어난 뒤 성격이 급격히 변화한 신학과 그리스도교이며, 이는 2천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이루어진 과정의 산물임을 일깨운다. 이러한 탐구를 바탕으로 제8장에서는 신학이 여전히 이 사회에서 일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신학의 기능과 의미를 묻기 위해서 역사 속에서 신학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기능을 수행하였는지 탐구한다. 이러한 탐구를 통하여 오늘날 한국 교회는 근대 이후에 ‘자기 교파의 정체성만을 강조하는 신학’, ‘상품으로써의 신학’을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를테면 교회의 대형화, 분열, 자본주의와의 긴밀한 연관성, 폐쇄적인 신학)이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신학의 의미와 기능을 물음으로써 우리 앞에 당면한 문제들을 타파해 나가야 하는데 이 책이 그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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