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목사(기성 복된교회)

테이블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물질이 자주 발견됩니다. 가장 익숙한 비교로는 땅콩 껍질이랑 닮았습니다. 그보다 좀 얇기는 하지만요. 물 먹은 걸레라야 소제가 되는 물질입니다. 청소를 말끔하게 해도 금세 또 날아다닙니다. 비위생적인 물질일지 염려됩니다. 혹은 누가 의도적으로 오염 시키는 것은 아닌지 쓸데없는 상상도 됩니다. 급기야 이게 기도실 강단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감히 정갈한 예배당을 어지럽히는 건 “가죽 성경” 껍질입니다.

우리질!! 이글을 읽는 분들은 이 말에 상처받지 마시기 바랍니다. 100% 천연 양가죽 어쩌고, 상업적 설명을 곁들여 보기 좋게 만들어 내게 성경 팔아 먹은 사람들을 향해 하는 말일 뿐이니까요. 대한성서공회를 비롯해서 대한기독교ㅇㅇ, 생명의ㅇㅇㅇ, 두란ㅇ 출판사 외에도 수많은 성경 제작자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가죽 성경이라 이름하고 인조 가죽으로 감싸 놓았습니다. 한마디로 진리의 성경을 거짓으로 포장한 거지요. 그 인조 가죽 위장을 위해 염색을 한 모양인데 그 염색한 물질이 벗겨진 것입니다. 자주 사용하는 성경은 1, 2년만 지나면 지저분하게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한 권을 구입하면 10여 년 혹은 그 이상도 사용하는 성경입니다. 적어도 우리의 경전, 텍스트인 성경전서의 그 볼썽사나운 모습이라니!.

꼭 가죽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정갈한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내구성도 인조 가죽보다 훨씬 좋은 소재들이 많지요. 영어 성경 중에 모범 될만한 포장들이 많이 있더군요. 기어이 가죽이어야 할 필요는 1도 없습니다. 어쩌면 그런 제작이 성경에서 극혐하는 위장, 가식 아닐까요?. 성경 만들어 배포하시는 일에 헌신 된 분들의 노고는 하나님이 셈 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그 일을 사명으로 감당하시는 분들을 향한 불평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성경 제작이 장사꾼들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에 ‘우라질’ 소리가 돋는 겁니다.

성경책에 대한 또 다른 불만은 지퍼를 달아 놓은 꼴입니다. 현대 사회의 편리성을 도모한 시도를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맹꽁이 생각은 아닙니다. 그런데 직접 사용해 보면서 느끼는 불편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어차피 읽지 않을 모양이니 그냥 보관이나 잘하도록 배려하느라 그랬는지 모든 성경에 지퍼를 달아 꼭꼭 여며 닫아 놓게 만들었습니다. 말씀이 보물이어서 그걸 잘 보관하느라 그랬을까요?. 그걸 열어서 읽어 본 분들이라면 그 불편한 사용감에 동의 하실 걸요. 도무지 활짝 펼쳐 놓고 읽기가 불편합니다. 이 시대 기독교 신앙에 성경은 다만 인용 구절을 발췌해 내기 위한 1차 자료이거나 장식품인 것을 기어이 그 모양으로 대변하고 있는 성경 제작자들입니다. 좀 외형에 치우친 말 같지만 찬송과 성경을 따로 만들어 들면 정중한 모양새로 옆구리에 끼어들어야 합니다. 지퍼로 닫아 놓은 건 간편하기 이를 데 없어 한 손으로 달랑거리는 모양새로 들게 됩니다. 이 시대 신앙의 경박성을 표현한 퍼포먼스 같습니다. 더 많은 경우는 그런 성경으로도 더 진중한 신앙을 이뤄 가는 고품격 성도들이시지요. 물론!

세 번째 불만은 성경, 찬송을 합본해 놓은 꼴입니다. 간편한 것 이상의 가치를 성경이나 찬송에서 추구하려 하지 않는 작태로 보입니다. 실은 그 꼴 말고 장삿속이 있다는 사실은 책 제작자한테 들었습니다. 찬송가 몇 곡을 추가해서 합동찬송가, 통일찬송가, 개편찬송가, 새찬송가 등으로 새로 만들어 냅니다. 그 바뀐 찬송가를 사려면 억지 춘향으로 성경까지 합본하여 지퍼로 닫아 놓은 걸 사야 됩니다. 팔아먹는 측에서는 대박 날 장사고, 구입하는 성도들은 피 같은 돈을 과용해야 됩니다.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바꿔도 큰 문제 없을 몇몇 구절들을 고집쟁이 몇 사람의 농간으로 바꿔 놓고 개역, 개정개역 뭐 이딴 이름으로 전면 새로 찍어냅니다. 그 바뀐 성경을 사려면 또 찬송가 합본집을 사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해 신앙생활을 이어 온 성도들 가정마다 옛날 성경, 옛날 찬송가가 쌓여 있지 않은 집이 없습니다. 새걸로 바꿨다고 헌걸 없애지 못하는 게 또 성경이니까요. 그 고급 종이가 좀 비싼가요.

성경을 가죽으로 덮어야 하는 조바심은 ‘코덱스’라는 양피지 성경 필사본에서 유추된 생각일 거라는 추측입니다. 그건 아직 종이가 없던 성경 시대에 거의 유일한 필사 자료였을 뿐입니다. 이 시대에 구태여 가죽을 고집하는 건 마알간 장삿속 이상은 아닐 겁니다.

진리의 말씀인 성경을 만들어 보급하는 일은 거의 거룩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자본주의 논리를 초월해서 합리적인 제작으로 내구성 있고, 가까이 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진리의 책 성경은 거짓, 장삿속 없이 최소한 정직한 제작을 간곡히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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