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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패키지 여행 예찬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04.26 18:32
  • 호수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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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본지논설위원, '속삭이는 그림들'의 저자)

아주 오랜만에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이름하여 스포모. 요즘은 패키지여행에도 럭셔리함과 느림, 자유를 가미한 여행이 생겨났지만 나의 스포모는 전형적인 패키지 여행. 겨우 12일, 더불어 패키지의 장점인 많은 곳을 가봐야 하므로 버스 타는 시간이 많다. 아무리 좋고 마음 맞는 곳을 만나 아, 이곳에 좀 더 있고 싶다고 해도 가이드가 오라고 하는 시간에 맞춰 돌아서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지 않으면 그야말로 진상이자 민폐인이 된다. 그러니 여행의 느긋함은 없고 빠르게 걷고 순한 아이ㅡ이 나이 들어 순한 아이가 되어보는 것도 괜찮다ㅡ가 되어 가이드를 잘 따라다녀야 한다. 패키지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다. 일단 말만 잘 듣는다면 아주 편하다(앗 공산주의 스멜이~~)
작년 가을에는 미국 시누이네 가족과 함께 2주가량 독일 여행을 했다. 조카 아이가 계획을 짰고 숙소는 에어비앤비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를 타고 취리히를 갔고 딸과 여행할 때 들른 곳이었었지만 짤즈부르크를 거쳐 다시 독일로 왔다. 기차에서 내리면 지하철이나 혹은 택시를 타고 숙소를 찾아 들었고 짐을 푼 후 슬슬 동네를 걸어 다녔다. 그리고 동네 마트를 들려서 과일과 먹을 것을 사서 저녁과 아침을 지어 먹었다. 관광지도 찾아갔지만 마치 현지인처럼 풍경에 얽매이지 않는 여행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동네 역시 낯선 곳이니 손색없는 여행 아닌가. 매우 예술적인 느낌이 강하던 취리히의 집에서는 시차로 새벽까지 잠 못 들어 결국, 아무도 없는 거실로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창문을 열고 하염없이 빗소리를 들었다. 정원의 나무와 꽃들에 내리는 빗소리, 잔디 위의 소리를 구별하며 들었다. 내겐 아주 근사한 시간들이었지만 그것은 조카아이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자유가 부여되는 자유여행을 한다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비행기 티켓팅부터 시작해서 숙소예약, 관광지 혹은 미술관 박물관 예약, 예약해도 시간에 맞춰가려면 숙소에서 찾아가는 동선들도 연구해야 한다. 그렇게 다 맞춰가도 줄이 길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데 그런 복잡한 일을 패키지여행은 전부 해결해준다. 가령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가는 길,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모여 기다리는 줄이 보이지 않지만 도착하자마자 그 지역 가이드가 나와서 우리를 금방 입장시켜 준다. 마치 퍼스트 클래스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때 미리 입장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음식은 마음에 들 때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내가 내 입맛에 맞게 음식을 해도 어느 땐 맛없고 어느 땐 흐뭇한데, 맛집을 애써 찾아가도 실망하는 일은 비일비재다. 그리고 여행 가서 맛없게 먹으면 살도 좀 빠지고 일거양득 아닌가, 그래서 컵라면 세 개 외에는 아무것도 준비해 가지 않았다. 호텔? 시트만 깨끗하면 되지 무슨, 사실 집에서 날마다 새로운 시트에서 잠드는가? 물론 모로코에서는 베드버그가 있을까, 약간 걱정스럽긴 했지만,
가이드가 그랬다. “여러분의 여행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지 모릅니다.” 하다못해 골목길 투어를 하는 약간의 시간에도 지역 가이드가 함께 했다.  차를 좀 길게 타면 어떤가, 피곤하면 잠깐씩 졸기도 하면서 윈도우 투어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선 지 그것도 참 괜찮았다. 쉬면서 졸면서 낯선 풍경들을 바라보는 일, 거기 내려 만지거나 걷거나 향기를 느끼지 않더라도 그 거리가 주는 느낌조차 아주 괜찮았다. 
워낙 삶의 양태가 목적 지향 주의가 아닌 해찰 주의라선지 패키지여행에서 원하는 목적을 향하여 열심히 걷는 시간도 괜찮았다. 마드리드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에 광장 네 개를 돌아야 했다. 거의 경보 수준이었다. 어디가 어딘지 기억도 없다. 그러나 얼마나 스릴 있는가, 나처럼 느리게 걷는 사람이 낯선 나라에서 경보를 하다니, 이런 생경한 경험이라니.... 스쳐 가는 여행이 나쁜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조금 더 지체한다고 하여 무얼 더 알 수 있을까, 많이 바라본다고 하여 깊이에 이를 것인가, 오히려 내 삶의 대부분도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닌가, 
앞으로도 패키지투어를 할 것이다. 물론 자유여행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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