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추위가 물러가고 어느 듯 봄 꽃 축제가 여기저기서 열린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사회가 지속되면서 한 동안 봄꽃 축제가 개최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마스크 착용이 자유롭게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되면서 지역 곳곳에 봄의 축제들이 열리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벚꽃 축제에 다들 한번쯤은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외에도 잠실의 석촌 호수도 벚꽃으로 유명하다. 
  몇일 전, 여의도에서는 벚꽃축제가 개최되었다. 지난 주, 따뜻한 봄기운으로 예상과 달리 벚꽃이 조금 일찍 개화되면서 시민들은 축제 기간 보다 먼저 벚꽃을 구경했다. 여의도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로 가득찼다. 
  하지만 정작 축제 기간에는 봄비가 내려서 오히려 벚꽃이 일찍 떨어져서 주변 상인들의 얼굴에도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하여튼 짧은 벚꽃 축제는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벚꽃은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인데, 그 꽃말의 의미는 나라마다 조금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름다운 정신, 다시 말해 삶의 미학(美學)을 가리킨다.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가끔 벚꽃을 마주할 때 일반 벚꽃 보다 조금 더 화려하고 꽃잎이 크게 생긴 것은 ‘겹벚꽃’이다. 이 꽃은 조금 더 무성하고 꽃 망울이 커서 사람들 눈에 잘 들어온다.
  벚꽃도 잠시 아주 잠시 스쳐가는 망각의 흐름에 불과하다. 이내 벚꽃 잎은 다 떨어지고 쓸쓸한 가지에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벚꽃 엔딩(ending), 벚꽃 끝이다. 가수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 노래가 늘 이 때 우리 귀에 들리곤 한다. 봄의 축제도 어느 듯 끝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차가운 한강의 매서움을 이겨낸 벚꽃은 잠시의 짧은 여운을 남기고 이내 자연의 향기를 두고 사라졌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고 말했다.  강물은 계속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우리가 발을 강물에 담그는 순간, 그 강물은 지나가고 또 다른 강물이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같은 강물, 흐르는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름이 주는 삶의 깊이를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우리들 삶의 시간도 반복되지 않는다. 누구나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고 살아간다. ‘지금 이 시간’ 그 시간의 소중함은 두 번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벚꽃의 개화는 내년에 다시 시작되겠지만, 올해의 벚꽃은 두 번 다시 피지 않는다. 
  날아가는 화살은 다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한번 돌아간 시계의 바늘은 반복될 수 없다. 시간이 가진 무서운 힘이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이제 벚꽃 엔딩, 봄의 축제는 마무리 되었다.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엔딩(ending), 끝은 또 새로운 시작이라고... 끝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무언가를 시작하는 첫 단추라고. 그래서 ‘끝자락’이라는 말은 ‘마지막’이 아니라 ‘마지막 그 부분’을 의미한다. 마지막 그 부분에서 또 무언가가 시작되는 것이다.
  겨울의 끝자락이 봄을 알리 듯, 새벽 미명의 어두움은 또 다른 밝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서서히 끝자락이 올 무렵, 또 다른 시작이 우리에게 손짓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연상해 볼 수도 있다.
   4월이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어쩌면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일지 모르겠다. ‘지금 이 시간’, 내 곁에,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소중한 안부의 문자를 보내는 것도 ‘지금 이 시간’ 가장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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