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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세상 ⑳얼죽아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02.15 16:52
  • 호수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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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이른 아침 7시 출근길 지하철은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아침 일찍 남들보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출근 길을 택하는 사람들은 인산인해로 붐비는 시간대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지하철을 타본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다시피,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그야말로 지옥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하철 9호선 급행 열차에서 사람들은 콩나물처럼 빼곡히 서서 간다. 급행 열차는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린다. ‘8282(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우리들의 성향은 급행 열차야 말로 딱 들어 맞는 지하철 노선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급행열차에서 사람들이 붐비는 것과는 달리 모든 역을 정차하는 일반 열차에는 승객들이 휠씬 덜 붐빈다.

아침 일찍 급행열차에 몸을 싣고 겨우 지옥철을 탈출한 사람들은 분주하게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직장인들이 무섭게 달려가는 그곳은 지하철에서 내려 직장 근처 즐비하게 서 있는 테이크 아웃(take out) 커피 매장이다. 직장인들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손에 커피 한잔을 들고 자신들의 일터에 들어간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많은 젊은 직장인들 손에 커피 한잔이 손에 들려 있다.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면 문화인 것이다. 간혹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아침 일찍 커피 매장에서 만나 잠시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출근하는 이들도 있다. 2호선 강남역 지도에 커피매장을 검색하면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의 매장이 검색될 정도로 그 수는 엄청나다.

한국을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커피만 마시나?”라는 농담이 통할 정도로 커피 매장이 지하철 역세권 주위로 차고 넘친다. 강남이 아니라도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신촌이나 홍대, 광화문 그리고 압구정, 논현, 학동 거리를 보면 커피 매장만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대학가 근처에만 가도 커피 매장은 학생들로 차고 넘쳐난다. 우리나라 매장 가운데 편의점 개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커피 매장은 편의점 개수의 배가 넘을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추운 한 겨울에 젊은 직장인들은 차가운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출근한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갑을 끼는 대신 차가운 아이스 커피를 손에 들고 있다. 한 겨울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세대들에게 생겨난 신조어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이다. 그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랑은 한파도 꺾지 못했다. 지난 주 서울 아침 기온은 영하 17도를 기록했다.

차가운 한파에도 직장인들은 어김없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추운 겨울을 당당하게 맞서는 분위기였다. 그들의 젊음과 열정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나마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고생하는 직장인들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비타민 그 자체인 것처럼 보여진다. 추운 겨울에 차가운 아이스로 맞대응 하는 그들의 열정은 부러웠다.

한편, 그들의 차가움을 녹여줄 그 반대의 신조어도 등장해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뜨죽아(뜨거워 죽어도 아메리카노)라는 신조어가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아메리카노는 뭐니 뭐니해도 뜨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커피 마니아들도 있기 마련이다. 아메리카노가 차갑든, 뜨겁든 우리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메리카노는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부담없는 커피이다. 한 겨울 아니면 무더운 한 여름 아메리카노는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받게 될 것이다. 이른 아침 겨울이든 여름이든 춥든 덥든 계절에 상관없이 열심히 직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모든 이들에게 아메리카노는 한 잔의 피로 회복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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