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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물단물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01.04 17:01
  • 호수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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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물 한 잔 달라고 부탁해서 승무원이 물을 가져와 내게 건네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잠깐 기다리지 못하고 물을 들고 있는 그 승무원을 툭 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물이 내 셔츠에 쏟아졌다.

화를 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하고 있는데 그 승무원이 내게 “선생님, 죄송해요”라고 해서, “괜찮다”고 하는데도 간식을 계속 갖다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어차피 빨아야 할 옷이었는데 괜찮습니다’ 하거나, ‘오늘 바쁘게 나오느라 샤워를 못했는데 어떻게 아셨죠?’라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넘어갈 건가?, 아니면 ‘이 옷이 얼마짜린지 알아요?’, ‘당장 주인 불러와! 매니저 불러와!’ 할 것인가? 미국 방위산업체 CEO 빌 스완슨(Bill Swanson)은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는 잘 대해 주지만, 웨이터에게는 거만하고 무례하게 행동한다면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것을 ‘웨이터 법칙’이라고 한다. ‘CEO들 중에는 실제로 이 법칙을 적용해 상대방 인격을 판단하고 계약을 할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칡과 등나무가 자라는 방향이 참 희한한 것이 칡은 오른쪽으로 자라나고, 등나무는 반대편 왼쪽으로 감으며 자라난다. 둘이 덩굴을 휘감으며 자라는 부분엔 당연히 겹쳐지기도 하고 어긋남도 나타난다. 옛사람은 이 둘의 자라남을 바라보며 ‘칡과 등나무’라는 고유명사만 갖고 ‘갈등(葛藤)’이란 단어를 만들어냈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갈등이 있다. 정치적 보혁(보수와 혁신)의 갈등, 경제적 빈부의 갈등, 세대 간 노소의 갈등, 남녀 간 성별의 갈등, 문화적 호오(好惡)의 갈등, 그리고 온갖 사회적 대립과 반목들...그런데 칡과 등나무가 꼬인다고 이 둘을 잘라내고 걷어내면 어찌 되겠는가? 둘 다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각기 다른 두 속성을 뿌리부터 거세하는 것보다는 꼬이지 않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3년 계묘년은 토끼의 해다. 검은 토끼는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강한 사람은 몸이 크고 힘센 사람, 목소리 큰 사람보다는 작고 연약한 듯 보이지만 조용하고 부드럽게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잘 지켜나가는 사람이다. 낯선 용궁에 도착해 간을 빼앗길 상황에 놓였는데도 침착하고 유머러스하게 위기를 모면했던 토끼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

새해 계묘년이 무척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길어서 오르막길을 잘 올라가는 토끼처럼 편안한 때보다 극한 상황에서 우리 실력을 한번 발휘했으면 한다.

기독교헤럴드  dsglory36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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