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의료선교를 펼친 의사 선교사 드류 부부는 1895년 8월 1일 밤 서울 관악산 삼막사에서는 서양인이 늦둥이를 얻었다. 드류 부부는 이 기쁜 소식을 고향 버지나아 가족에게 알리고 싶었으나 통신의 어려움이 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들 부부의 현실적 고민은 따로 있었다. 이들은 북쪽 평양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한 콜레라가 빠르게 남하하고 있었기에 한양 도성 안에서도 매일 수백 명이 죽거나 성 밖으로 격리되는 것을 목격했다. 조선 정부의 방역 체계는 성 밖에 병막을 짓고 환자에게 곡식을 주고 방치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그렇게 부모와 자식이 질병으로 고통을 받게 되면 백성들은 무당의 권유로 병을 일으키는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 달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행히 갑오개혁을 통해 근대적 개념의 방역 법규와 방역위원회가 제정되어 서양의학 수용과 함께 ‘위생’이란 개념이 처음으로 쓰였다.

앞서 부부는 1894년 1월 고향 버지니아를 떠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행 배에 오른 뒤 2개월의 긴 항해 끝에 목적지 조선 제물포에 달았으나 그해 3월 전라도 고부에서 동학농민군의 봉기가 일어나 임지인 호남 지방으로 갈 수가 없었다. 드류는 서울 정동에서 먼저 나와 있던 선교사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과 교류하면서 호남 의료사역을 위한 준비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동학 농민 봉기에 청나라와 일제가 개업해 헌반도를 그들의 전장으로 삼으면서 약탈과 방화가 이어졌고 재산과 농토를 잃은 농민들이 거리에서 방황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평양의 일본군 진영에서 발생한 콜레라가 전국적으로 번졌다. 많은 사람이 병명 조차 알지 못한 채 죽었다. 이때 드류는 서울 서소문 거처에서 제중원으로 출근하며 콜레라 환자 치료에 힘을 쏟았다.

궁멀 초기 구암병원

콜레라 환자뿐만 아니라 농민 봉기로 다친 부상자들로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미 북 장로회 조선 평양 스테이션으로 파송된 의사 윌리엄 홀이 환자와 전쟁 부상병 사 등을 치료하다 발진티푸스에 걸려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드류는 그때 의료  사역지 호남 스테이션을 개척하지도 못하고 한양에서 힘이 묶인 상태였다. 그렇다고 병마에 신음하는 조선 민중을 그대로 두고 볼 수도 없었다. 그는 선교사 전킨과 함께 서소문에 구제소를 마련했다. 전킨의 집 방 두 칸을 진료실 삼아 하루 10~20명의 환자를 돌봤다. 그 후 1894~1895년 사이에 80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그 사이 드류와 전킨은 호남 의료사역에 나서 조선의 비참한 현실에 눈물을 흘렸다. 그러한 노력으로 콜레라가 어느 정도 진정됐을 무렵 드류와 전킨은 1896년 군산 스테이션을 개척해 구암병원을 세우고 의료사역을 계속했다.

1896-1897년 총 4000명의 환자를 돌봤다. 드류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의사’로 불렸다. 하지만 1901년 드류는 풍토병으로 건강을 잃고 본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귀국 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살며 샌프란시스코 항만 검역관으로 일했다. 어느 날 미국 입국 비자도 없이 끌려가는 조선인 청년 부부를 목격하게 된다. 드류는 그 청년 부부의 신원 보증을 서고 구출해 냈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부부였다. 드류는 그렇게 조선을 잊지 않고 재미 독립운동가 등을 돌보다 한평생을 마쳤다.

드류는 미국 버지니아 의학부를 졸업하고 1893년 러스를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신혼여행도 생략한 채 한국선교에 나서 1893년 2월 군산 스테이션을 개척했다. 그 소문을 듣고 매일 몰려오는 환자가 하루 50명씩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1896년 한해 진료 2,700건, 간단한 외과 수술이 600건으로 매우 바쁘게 의료 선교활동에 시간을 할애했다.

1899년 5월 개항으로 군산 스테이션이 수덕산 아래에서 궁멀로 이전했는데 그해 12월 21일부터 구암병원을 운영했다. 초대원장은 드류였다. 2대 병원장으로 1902년 알렉산더가 부임했으나 부친의 사망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3대 원장으로 1904년 8월 다니엘 부부가 파견되어 다시 개원했다. 그 후 1924년 패터슨이 귀국하고 6대 원장 브랜드 원장에 이어 7대 원장에 홀리스 터 원장이 책임 맡아 운영하였으나 태평양전쟁으로 국내에 있는 모든 선교사들이 강제 출국당하게 된다. 아들을 대신해서 구암병원을 지킨 한국인 의사로는 세브란스의전 출신 강필구와 홍복근이 있었다. 홍복근 아버지 홍원경(1945년 작고)도 구암병원 의사로 활동했다. 

드류의 의료선교가 없었다면 한국의 근대화를 앞당길 수 없었을뿐더러 세계 속의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였을 것이다. <기독교헤럴드 편집국> 제공 = 서종표 목사.

서종표 목사(향토사학자)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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