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운 박사 ( 본지 논설위원, 전 성결대 총장, 교수 )

III. 성서학원의 남녀 공학제 실시와 전도관 개척

1901년 4월 1일 중앙복음전도관의 개관과 함께 시작된 동경성서학원은 복음전도관 건물로도 함께 사용되었다. 복음전도관과 함께 성서학교로 한 건물을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한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의 연유에서 비롯되었으나, 복음전도와 전도자 양성이라는 이중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동경성서학원은 1904년에는 가시와기(柏木) 4번가로 이전하면서 90명에서 111명까지의 남녀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뿐만 아니라 강의실, 도서관 그리고 식당까지 짓게 되면서 어느 정도 학교의 외형적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실제로 1903년 동경성서학원에는 남자 21명, 여자 6명 총 27명의 학생들이 공부하였다.

동경성서학원을 졸업하고 귀국한 정빈은 경성성서학원이 세워진 1911년 이전에 매일 아침시간에 성서교실을 열어 성서를 가르쳤다. 정빈의 아침성서교실(Morning Bible Class)은 경성성서학원을 낳는 촉매역할을 하였다. 경성성서학원은 이단과 속화의 인본주의 사상을 배격하고 진리를 사수하고자 하는 목적과 전도자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는데, 처음부터 남녀 공학제를 실시하였다. 

이명직 목사는 『조선야소교 동양선교회 성결교회 약사』 33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서학원은 진격적(進擊的)으로 이단(異端)과 속화(俗化)와 죄악을 대적하여 분투(奮鬪)하자는 주의하(主義下)에서 남녀 전도자를 양성하여 순복음을 동양 전체에 전파하여 영혼을 구원할 목적으로 설립한 동양선교회 교역자 양성(敎役者 養成)의 기관인데...(현대체로 바꿈)”

한국성결교회가 전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정식 신학교육기관에서 남녀공학제를 실시하였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진보적인 일이었다. 전제 봉건주의 사회체제 안에서 여성이 남성과 함께 앉아 수업을 받고, 토론을 한다는 것은 당시에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독교에 앞서서 먼저 초기 천주교가 미사를 비롯한 신앙집회에 남녀가 동석함으로 당시 유교적 관습과 규범이 지배하던 상황으로부터 혹독한 핍박을 받았기 때문에 이에 비해 가히 혁명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여전히 1900년 초에 와서도 내외법의 질서를 지키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기독교는 1900년까지 교회에 남녀 사이에 휘장을 칠 정도로 심각한 내외법이 지배한 상황이었지만 여성들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1910년 초에 와서도 이와 같은 일에 큰 변화는 없었다. 그것은 1913년에서도 예수교장로회 조선총회에서 교회안의 휘장철폐 문제가 개교회 당회의 사정과 형편대로 해야 한다는 신중론(愼重論)이 대세이었기 때문이었다.

경성성서학원이 처음부터 남녀공학제를 실시하게 된 것은 일본에서 여성들에게도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동경성서학원의 교육제도와 1907년 동경성서학원을 졸업한 성결교 창립의 주역을 맡았던 정빈의 개화사상에서 비롯되었다.

정빈은 1906년 동경성서학원에서 공부할 때 남녀학생이 한자리에서 공부하는 남녀공학제를 보며, 당시 조선에 있는 서울 교회들이 교회당에 휘장을 치고 남녀를 구분하여 앉히는 유교전통의 구습에 대한 개혁의 소견을 「그리스도 신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내가 이곳에 와서 보니 성경공부 할 때나 기도회로 모일 때와 남녀학도들이 한 방안에 좌우로 갈라 앉고 기도 찬미하고... 중략... 이것을 보고 우리 교회의 형편을 생각하니 다른 곳은 널리 보지 못하였은즉 자세히 알지 못하거니와 서울로 말하여도 이런 풍습이 적고 또한 이때까지 회당 한복판에다가 휘장을 치고,

내외를 불통하여 삼사년을 회당에 다녀도 어느 형제와 어느 자매인지를 알지도 못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렇게 서로 알고 통하는 정이 없어서야 애정이 어디서 생기며 교회가 어찌 진보될 수가 있겠는가?”

경성성서학원은 1911년 무교정 복음전도관 안에 임시로 성서학원을 개설하고 십여 명의 남녀학생들을 가르치다가, 1912년 죽첨정 25번지에 새로 건축된 성서학원에서 남녀공학제를 실시하였다. 따라서 남녀학생이 한 강당에서 배움으로 교실, 교수, 경제적인 면에서 유익을 가져다 주었으나 남녀 간에 지식의 격차가 크고 어려운 점도 많이 겪게 되었다.

또한 교역의 보좌(補佐)를 목적으로 남녀공학제의 일환으로 부부공학(夫婦共學) 제도도 시행하였다. 남녀공학제로 인한 여성 사역자의 배출은 남존여비(男尊女卑)와 남녀유별(男女有別)이라는 유교문화권에서 남자 교역자들을 통한 여신도들에 대한 제한된 교육과 전도의 시대적인 한계 상황을 뛰어넘게 하였다.

경성성서학원 남녀공학제 수업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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