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 ( 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출판:말글터)에서 일부를 옮기며 상념에 젖어봅니다.

몇 해 전 여름이었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아담한 카페를 찾았다. 4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남자가 직원에게 커피를 주문했다. 직원은 친절하게 응대했다. “고객님, 차가운 커피로 드릴까요? 뜨거운 커피로 드릴까요?” 남자의 반응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아니, 비문명적이었다. 남자가 토해낸 명사와 동사, 거기에 달라붙어 있는 조사와 어미에는 타인을 향한 적의와 공격 본능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사람아, 당연히 아이스커피지. 당신 같으면 이 더운 날 땀 뻘뻘 흘리면서 징글맞게 뜨거운 커피 마시겠어? 확, 그냥!” 남자가 쏟아낸 자음과 모음은 우연히 탄생한 게 아닌 듯했다. 남자의 몸과 정신 속에서 오랫동안 서로 치고받으며 갇혀 지내다가, 입술이 열리는 틈을 타 감옥을 탈출한 죄수들처럼 느껴졌다. 남자의 말은 일종은 갑언이다. 

손님은 왕이기 때문에 갑으로 군림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잔뜩 묻어나는 폭언에 가까운 지저분한 언어. 직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남자가 커피를 받아서 나가자 그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이 뒤섞인 듯한 얼굴로 직원이 “휴” 하고 숨을 뱉었다. 한숨은 깊고도 길었다.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문인 성대중이 당대의 풍속을 엮은 잡록집인 <청성잡기>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내부족자(內不足者) 기사번(其辭煩) 심무주자(心無主者) 기사황(其辭荒)”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의 구조를 뜯어보면 흥미롭다. 입 ‘구’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의 ‘인향’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언어처럼 극단을 오가는 것도 드물다. 내 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창이 될 수도 있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그리고 끝내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진다.
 

“ 주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선한 행위입니다  ”
 

세상은 우리의 어떤 모습에서 예수님과 교회를 느끼게 될까요?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모습 혹은 은혜를 받고 신앙의 강화를 받는 설교나 간증하는 모습에서 느낄까요? 이상하게도 신앙적 모습에서 그리스도를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주님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선한 행위입니다. 선한 말과 이유 없는 양보 그리고 헌신적인 수고 등 다른 사람들이 삶의 이해타산 아래에서 쉽게 하지 못하는 이런 일들입니다.

이런 일에서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느끼게 되고 교회와 예수님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선한 일에 대한 언급이 특별히 서신서에 많습니다. 복음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성도들이 어떤 삶을 살며 교회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초대교회의 부흥은 성도들이 선한 행위를 통해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선한 행위를 통해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민족을 제자 삼아 땅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는 사명을 이루어 가야 합니다.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잠16:24). 여러분의 모습에서 주님의 모습이 그리고 교회가 보이게 될 것입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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