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춘 목사(기성 천광교회)

오늘날 신앙의 현실에서 순교를 말한다는 것은 참 외람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풍요와 넉넉함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순교라는 말이 과연 우리 가슴에 와닿는 말일까요?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 순교란 단순히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무모한 영웅주의에 불과하다고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하나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이 없이는 그리스도 때문에, 또한 복음 때문에 자기 목숨을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순교는 인간적인 결심에 따른 부산물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믿음 때문에 얻어진 은총으로 이끌리는 행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은총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도록 순교자들을 부르시기 때문에, 그리고 순교자들은 이미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기에 자신의 몸을 찢는 고통에 개의치 않고 견뎌 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순교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순교는 정신적, 물리적, 생물학적인 폭력 때문에 비굴하게 굴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으로서 철저한 충성과 최고의 희생을 바쳐서라도 공공연하게 증언할 만한 가치 때문에 죽음이 가져다주는 폭력행위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 것입니다

주님을 향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박해를 통해 자신이 하나님께 봉헌되는 희생제물이 되는 방법이야말로 오히려 행복을 위한 선택임을 확인하고 있는 신앙인들에게 죽음의 기회를 면하게 해준다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일이라고까지 선포합니다. 그래서 순교자의 피가 흐르면 그 피는 즉시 또 다른 그리스도인들을 탄생하게 만들기 때문에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들의 씨앗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순교자의 피로 성장한 것입니다.

박해로 말미암은 죽음이란 오히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때문에, 그리고 그리스도를 증언하기 위해 자유로이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죽음입니다. 그래서 키프리아누스 같은 교부들은 순교야말로 하나님의 부르심에 온전히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제2의 세례라고까지 말합니다. 제1 세례는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합하여 나의 옛사람은 죽었고 그리스도의 살아나심과 합하여 다시 사는 것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순교란 그리스도를 사랑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빛나는 증거이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에서 비롯되는 가장 숭고하고 자유로운 증거 행위입니다.

순교는 신앙의 진리에 대한 최상의 증언입니다. 순교란 죽음에까지 이르는 증언을 가리킵니다. 순교자는 자신과 사랑으로 하나가 된 그리스도,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언합니다. ‘증거’는 순교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순교는 우리를 위해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주님과 교회를 위해 생명을 바치는 위대한 사랑과 그리스도에 대한 증거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순교는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닮아 피를 흘리는 일로, 한 제자의 순교는 교회에서 최상의 은혜요, 사랑의 최고 증명인 것입니다.

결국 순교는 사랑과 증거라고 하는 두 가지 기둥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즉 주님에 대한 사랑과 주님에 대한 증거를 죽음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이는 목숨을 바쳐 당신이 전하셨던 하나님의 사랑, 진리를 확언하고 가야바와 빌라도 앞에서 선한 증거로 증거하신 예수님을 따른 것입니다(딤전 6:13). 그렇다면 오늘날의 순교자는 없습니까? 피 흘림이 없는 순교는 없느냐 하는 말입니다. 비록 피를 흘리지 않을지라도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그들은 이름도 명성도 없이 고통 속에서도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적 사랑의 맛을 체험했기 때문에 그리스도에 대한 굳은 신앙을 고백하고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기꺼이 고통을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의 등불과 기도의 등불을 켜놓고 주님 오시기를 기다리기 위해, 그리고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신앙을 굳게 지키기 위해서 매일매일 고통과 큰 희생을 각오하면서까지 사는 것입니다.
 

신영춘 목사(기성 천광교회)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