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제13대 총장, 현 명예교수

그것은 사사직이 세습적인 제도로 바뀌어져  사무엘의 후계자로 세워지자 사사들의 권위와 능력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생긴 반응이다. 영웅적 사사들은 성소를 순회하며 법적 분쟁을 조정하기도 하고(삼상 7:15-17), 군사적 힘은 아니지만 기도와 제의로 블레셋을 무찌르기도 했다(삼상 7:5-14). 그러나 사사들의 역할에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신앙적 해결에서가 아닌 ‘다른 나라처럼’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스라엘 모든 장로가 모여 라마에 있는 사무엘에 나아가서 그에게 이르되 보소서 당신은 늙고 당신의 아들들은 당신의 행위를 따르지 아니하니 열방과 같이 우리에게 왕을 세워 우리를 다스리게 하소서”(삼상 8:4-5) 여기에 대한 야웨 하나님과 사무엘의 견해는 못마땅한 것으로 해설되어 있다.

“야웨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백성이 네게 한 말을 다 들으라. 그들이 너를 버림이 아니요.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함이니라”(삼상 8:7)

왕을 요구하는 이스라엘의 행위는 야웨 하나님의 비위를 거슬리는 것으로 된다. 사무엘은 왕이 다스리면 중앙집권으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폭정에 시달리게 될 것을 경고하여 단념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백성들이 계속해서 고집을 부려 마지못해 응한 것으로 되었다. 원래는 하나님의 통치 방법은 신정제도(神政制度)였을 것이다. 그래서 왕정제도(王政制度)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왜냐하면 기드온도 야웨만이 이스라엘의 왕이라고 하며 왕위를 거부했다. 요담의 나무 얘기를 보아도 이스라엘 지파의 동맹은 중앙집권에 대해 굉장히 혐오감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백성들의 왕정에 대한 경향성을 하나님은 아시고 허락하는 섭리를 이미 나타내셨다(신 17:14-20). 그리고 왕정제도라는 하나님의 법규와 기준을 제시하여 인도하신다. 그래서 사무엘을 통해서 왕의 통치하에서 가져야 할 이스라엘의 이해와 책임을 일깨워주고 응하신다(삼상 8:10-19).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의 왕은 일반적 근동의 왕권 개념과 근본적으로 틀린다. 왕은, 곧 신이라는(god-king) 개념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하나님의 권위와 지배 밑에서 백성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이스라엘의 왕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허락한 왕정제도에 의하면, 독재정권은 용납될 수 없다. 이 하나님의 왕정 허락의 깊은 동기에는 또 메시아 왕권을 향한 다윗의 영원한 왕조 계약에 대한 섭리가 뿌리박혀 있다.

4) 사울왕국의 특성

지파 동맹체의 허약성과 정치적 통합 기반으로서 야웨신앙(Yahwism)의 확고한 정착 조짐, 그리고 견고한 민족적, 종교적 문화의 성장과 주변 강대국들의 허약으로 팔레스틴의 독립국가로서의 이스라엘 왕국 건설의 가능성이 무르익어 사울 왕조의 통일왕국이 시작된다. 그 특징을 살피면 다음과 같다.

(1) 백성의 왕국: 베냐민 지파의 기스의 아들 사울은 키가 백성보다 크고 흠모할 만한 용모를 갖춘 자로(삼상 9:2) 아버지의 잃어버린 암나귀를 찾다가 사무엘을 만나 야웨의 임명으로 왕에 선택된다(삼상 9:15-16). 이어서 미스바의 판명 절차에 의해 제비뽑기로 사울을 선정하는 백성들의 찬동이 있었다. 그리고 아직 사사적 전통에 있는 백성들에게 지도자로 받아들여지도록 카리스마적 힘으로 암몬 사람을 극적으로 섬멸하는 사사적 모습으로 사울이 나타난다(11: 1-11).

이어서 하나님께 화목제를 바치고 백성들의 환호 속에 왕으로 등극하게 된다(11: 12-15). 그리고 사무엘이 은퇴를 선언함으로 이스라엘의 군주제도의 왕국이 구체화 되고 사울의 통치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작은 지파인 베냐민에서 나왔으나 지파의 군주국이 아닌 백성들의 찬동에 의해 왕과 백성들 사이에 계약이 성립되어 왕국의 법적 근거가 되었다. 이스라엘이 왕국을 이루어 정치공동체 의식을 규정함으로 국민 각자는 ‘한 민족국가의 백성된 일원(一員)’이라는 자아의식을 갖게 되었다.

(2) 하나의 군사왕국: 사울이 전쟁에서 대승리를 얻어 카리스마적 영웅으로 부상되어 백성의 왕으로 인정되자 적들을 방어하기 위하여 통일된 지휘 아래 이스라엘 군대를 통괄하는 군사왕국이 된다. 통일 왕국은 훈련된 조직적 군사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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