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 ( 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

잠에 취해 업혀 들어온 아이는 바닥에 등을 대자마자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코까지 고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어쩌면, 무슨 여자애가 잠자는 모습이 아빠와 이리 닮았니?” 이불을 덮어주던 아내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남편은 방 안의 더운 공기 때문에 창문을 조금 열었다. “오늘 고마워. 예나가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어.” 아내가 어색한 침묵을 깨려는 듯 말했다. 

“아냐, 나도 좋았어.” 그는 망설이다가 아내 옆에 앉았다. 때로는 마주보는 것보다 나란히 앉아 한곳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럴 때라고 그는 생각했다. 옆에 앉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었다. “다 내 잘못이야. 네 마음 아픈 건 생각도 한 하고, 나만 이해해 달라고 강요했으니까. 내가 욕심이 너무 많았나 봐. 미안해.” 그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아내는 말없이 창문 밖으로 낮게 이어진 돌담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덕 길 아래 개울물 흐르는 소리, 사람들이 두런거리는 소리들만이 남편의 귀를 두드렸다. “아냐, 우리 둘 다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 진심을 받아들인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남편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뚝’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곳에 단단하게 얼어 있던 얼음이 녹아 깨지기 시작했다. 

“정말 미안하다. 말 한마디를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나는 네가 마음 아파할 말만 골라서 했잖아.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내가 네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했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마음속의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가슴에 담아두었던 원망과 회한 같은 감정들이 물에 씻겨 마음 밖으로 거침없이 쏟아졌다. 

“내 잘 못이야.”라는 말은 진정한 용서와 새로운 희망을 돋아나게 합니다. 

“한상복”씨가 쓰고 “위즈덤하우스”에서 출판한 「배려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서 일부를 발췌해 봅니다.

큰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극적인 장면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너무나 바쁜 남편이 대화의 문을 닫고 일방적이고 가부장적인 강함을 드러냈기 때문인 것처럼 보입니다. 아이 때문에 갖게 된 마지막 가족여행에서 남편은 아내에 대한 진심을 털어놓습니다. 그 첫마디가 “다 내 잘못이야!”입니다. 여기에서 두 부부의 새로운 희망이 솟기 시작했습니다.

선악과를 먹고 난후 선악과를 먹었느냐고 하나님께서 물으셨습니다. 아담이 대답합니다. “아담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3:12).” 하와도 대답합니다. “여자가 이르되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3:13).” 이 대답의 숨겨진 의미는 자기 잘못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와는 뱀에게 그 탓을 돌리고 아담은 하와에게 돌립니다. 그러나 아담의 대답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하나님께서 주셔서 함께 하게 한 이 여자가 내게 주었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여자를 내게 주지 않았다면 내가 선악과를 받지도 않았고 먹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항변입니다. 결국 자신이 범죄 한 것은 하나님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담과 하와가 서로의 잘못이라고 했다면 어떠했을까요? 그리고 용서를 구했더라면 어떠했을까요? 사랑과 은혜의 하나님께서 그들을 용서하시지 않았을까요? 모든 죄는 내 잘못을 고백하기 보다는 남의 탓 하는데서 부터 시작됩니다.

오늘 갈등이 있는 가족이나 공동체에서 그냥 “내 잘못이야” “내가 부족했어.” 이렇게 고백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가 드러날 것입니다. 진정한 용서와 새로운 희망이 돋아날 것입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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