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 숭실대학교 )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의 실존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는 인간이 미적, 윤리적, 종교적 단계를 거쳐서 삶을 마감한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미적 단계에서 인간은 ‘좋은 것’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표현된다. 우리는 모두 좋고 아름답고 화려한 것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도 심지어 매일 신고 다니는 양말 하나를 구매하려고 해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쁘고 화려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좋은 것에 매혹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좋은 것’을 추구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 다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 다시 말해 생명을 포함해서 모든 것들은 유한하다.

유한한 자원에 비해 인간의 욕망과 추구하고 싶은 욕구는 무한하다. 이러다 보니 유한한 것을 무한한 마음으로 대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거나 좋아 보이는 것은 나에게도 동일한 형태로 다가온다. 추구하고 싶은 대상이나 물건은 유한한데,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는 무한 하기때문에 미적인 존재인 인간에게는 늘 한계에 봉착한다.

서로 좋은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구로 인해 상처를 주고 받고, 심지어 싸워서라도 얻으려는 경우도 생겨난다. 그래서 인간이 미적 단계에 머물러만 있다면 늘 투쟁과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에 키에르케고르는 다음 단계인 윤리적 단계를 요청한다. 윤리적 단계에서 인간은 ‘윤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인간 실존에 던진다.

윤리적 존재인 인간은 미적 단계인 유아기적 모습에서 벗어나 한층 새롭게 거듭난다. 윤리적 존재로 거듭나는 인간의 모습은 유한한 자원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타자에 대해 서서히 배려하기 시작한다. 윤리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나홀로’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공동체에서 나는 타자와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가치관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존재로 서서히 거듭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늘 하나의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바로 죽음이라는 실존 앞에서는 미약하기 짝이 없다. 죽음 앞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죽음이라는 실존이 다가오면 인간은 죽음 이후의 실존에 대해 생각한다. 바로 죽음 이후, 내세에 관한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죽음 이후,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내세에 우리의 실존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인간이 넘어야 할 산이다. 죽음의 실존에서 인간은 종교적 존재로 변한다. 종교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초월자인 ‘신’을 요청하게 된다.

죽음이라는 실존에서 인간은 초월자를 동경하면서 신 앞에서 단독자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은 하나님 면전에 서 있어야 하는 존재이다. 신을 믿던 그렇지 않던 종교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초월자인 신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은 죽음의 공포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고, 죽음의 실존 앞에서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철학적인 인간 존재론과 실존주의에 대해 살펴보았다. 철학적 사상과 달리 오늘날 새로운 실존주의가 등장했다. 바로 ‘싫존주의’이다. 2022년 새롭게 장식된 싫존주의는 실존주의의 오타가 아니다. 실제로 국어 사전에 등장할 만큼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싫존주의는 ‘싫어하는 것마저 존중하는 주의’를 줄여서 사용되는 말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인정하는 다양성이 추구되는 사회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싫존주의는 각자의 취향을 존중받고 싶어하는 세대들의 특징을 반영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을 가진다. 어떤 이에게는 좋은 것이 싫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게 싫은 것이 또 다른 이에게 좋은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현대인들에게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가치는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싫존주의, 각자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해주는 사회가 이 시대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인류 공동체에게 반드시 필요한 가치, 모든 사람들에게 제시되어야 할 가치 또한 우리는 존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해주는 것도 필요하고, 공동체에서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가치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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