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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정원영 목사의 Book-Life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2.09.15 14:48
  • 호수 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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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이철환’님의 『반성문』 (출판:랜덤하우스)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막내 딸아이는 여섯 살입니다. 저와 함께 산길 걷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딸아이를 앞장세우고 산길을 걷다보면 많은 아이들을 만납니다. 하늘소를 만나고 땡땡이 옷을 입은 빠알간 무당벌레도 만납니다. 고추잠자리, 풀무치, 풍뎅이, 달개비꽃, 싸리꽃, 할미꽃, 산수유나무, 조팝나무, 딱따구리, 멧새, 꾀꼬리... 이 아이들 이름을 딸아이에게 하나하나 가르쳐줍니다.

궁둥이를 딸막딸막 거리며 코딱지풀 위에 앉아 있는 나비나 잠자리를 잡아주기도 합니다. “살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이 아이들에게 물어보렴. 이 아이들이 친절하게 가르쳐줄 거야.” 딸아이는 아는 듯 모르는 듯 고개만 갸웃거립니다.

하루는 딸아이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뒷산에 갔더랬습니다. 졸참나무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 강아지풀이 무덕무덕 피어 있었습니다. 내가 딸아이에게 꽃과 나무 이름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아내도 알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뽐내고 싶어서 딸아이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이 풀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빠가 가르쳐주었잖아.” 기억력이 좋은 아이라 거뜬히 맞힐 줄 알았습니다.

아이는 강아지풀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잘 생각해봐. 이 풀이 뭐처럼 생겼어?” “아, 알았다!” “뭔데?” “응... 멍멍이풀.” “켁....” 잠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킥킥거렸습니다. “맞다. 맞아. 멍멍이풀... 너 정말 똑똑하구나.” 나는 호들갑을 떨며 딸아이를 안아주었습니다. 조롱박 같은 얼굴에 쪽쪽쪽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길에서 만난 강아지에게 “안녕” 인사를 하면 강아지는 ‘멍멍’하고 인사를 하니까 멍멍이풀이 더 맞습니다. 강아지풀이면 어떻고, 멍멍이풀이면, 어떻습니까. 개풀이라고 해도 틀린 건 아닙니다. 어차피 사람들이 붙여놓은 이름일 뿐이니까요. 산길을 걸으며 딸아이에게 꽃과 나무와 곤충과 새 이름을 가르쳐줄 때마다 아이의 마음은 한 뼘씩 자랐습니다. 내 마음도 한 뼘씩 자랐습니다.

여름방학과 함께 시작한 여름성경학교 등 교회의 여름 사역이 모두 마쳐졌습니다. 모두가 시간과 마음을 쏟았습니다. 교회적으로도 가장 많은 인원과 예산을 투여했습니다. 모두가 감사한 마음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는 은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또한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함께 참여하여 은혜를 나눈 서로에게도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 성령님의 은혜와 성경의 지혜를 알려줄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이 한 뼘씩 자랐을 것입니다. ”

하지만 여름 사역을 참여하는 교사나 봉사자들이 흔히 나누는 대화의 한편을 생각하며 상념에 젖어봅니다. “우리 때는 정말 은혜로웠는데…… 정말 뜨거웠는데…….” 이런 말들을 나누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대화들을 종종 듣곤 합니다. 모두가 더 큰 은혜를 받고 여름 행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인 줄은 압니다.

하지만 우리가 참석했던 여름 사역에서 역사하셨던 성령님이 여전히 올해 여름 사역에서도 함께 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하심에 대한 응답의 표현이 이전에 우리가 했던 그 응답과 동일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았으면 합니다. 어쩌면 성령님의 역사는 동일한데 응답하는 우리의 양태가 다른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양태는 시대와 세대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강아지풀을 멍멍이 풀이라 하더라도 아니 개풀이라고 해도 그것이 강아지풀이듯이 말입니다. 강아지풀을 멍멍이풀이라 했던 그 아이는 자라면서 멍멍이 풀을 강아지풀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성령님의 은혜를 그리고 성경의 지혜와 지식을 알려줄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이 한 뼘씩 자랐을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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