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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물단물>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2.07.28 15:43
  • 호수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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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1층에서 고(故) 이어령의 마지막 미공개 육필원고, “눈물 한 방울” 공개회가 열렸다. 

공개회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차남 이경무 교수(백석대학교)가 함께 자리하여 이어령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사용했던 노트를 묶은 육필원고를 모아 만든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눈물 한 방울’에 담긴 뒷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까지 병상에서 손수 써 내려간 시와 수필 110편, 그림이 기록된 육필원고가 ‘눈물 한 방울’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강인숙 관장은 이날 병상 중 이어령 선생이 두 차례 크게 운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더 이상 걷지 못한 순간이 다가오자 “내가 못 걷게 될 것 같아!”라고 말하며 크게 울었고, 다시 섬망 증상이 와서 정신이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던 순간에 크게 울었다고 한다. 

강 관장은 “이 선생은 아주 일찍부터 컴퓨터로 글을 쓰셨기 때문에 육필원고가 많지 않습니다. 집에도 거의 육필원고가 없어요. 책 속에 육필원고가 들어가 있다는 게 제일 감동입니다. 책의 끝부분으로 가면 아픔과 고통과 괴로움이 원고용지에서 스며들어 있습니다. 인쇄된 원고가 아닌 육필원고는 표정을 갖고 있습니다. 노트를 보면 그의 아픔, 외로움, 고통이 모두 보입니다”라고 했다.

이승무 교수는 “아버지는 어린 마음으로 동화책을 쓰듯 책을 쓰셨습니다. 하지만 타인을 위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의 가치를 말씀하셨어요. 남은 유작들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리할 것입니다”라며,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고 한다. 

탁월한 통찰력으로 문명의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생의 마지막 순간 남긴 새로운 화두, ‘눈물 한 방울’은 고인이 남긴 마지막 주제였다. 짐승과 달리 인간은 정서적 눈물을 흘릴 수 있고, 인공지능(AI)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 준다.

그가 병상에서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말’을 찾아 노트를 써 내려가면서 발견한 것은 ‘디지로그’ ‘생명자본’ 같은 거창한 개념어가 아니라 ‘눈물 한 방울’이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렇다. 의(義)의 칼날이 아니라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 세상을 구원한다. 멸망해가는 성을 내려다보며 흘리신 그의 눈물, ‘날 위해 울지 말고 너와 네 자녀를 위해 울라!’ 하시던 그 눈물, 십자가 위에서 자기 죄를 알지 못하는 자들을 위해 흘리신 그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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