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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정원영 목사의 Book-Life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2.07.27 15:23
  • 호수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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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 (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3대째 속초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진’님의 『당신에게 말을 건다』(알마 출판사)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옛 동아서점 시절부터 단골인 범상치 않은 손님들이 있다. 장발을 한 남성 S. 누가 보기에도 그는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렇다. 그는 시집과 에세이 위주로 책을 고르는데, 한 달에 한 번 꼴로 서점에 방문하며 상당한 시간을 드려 신중히 책을 고른다. 짧은 머리의 한 중년 남성 C. 책값이 얼마가 되든 꼭 현금으로만 책을 결제한다는 것을 빼면, 그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거라곤 없다.

현재 그는 달포에 한 번 정도, 다소 불규칙적으로 서점에 온다. 안경을 쓴 할아버지 L. 그는 다소 세련된 방식으로, 방문 전에 꼭 전화를 걸어 미리 책의 재고를 파악한다. 연세가 팔십 중반은 족히 넘어 보인다. 그러나 여자 손님은 없다. 내가 여자라도 옛 동아서점에 애정을 갖고 주기적으로 방문하긴 힘들었을 것 같다. 웬 허름한 작은 서점에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혼자 앉아 있고 용기를 내어 들어가 보니 그냥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졸고 있다. 그 뒤에 TV가 놓여 있고 단행본 매장은 지하에 있다.

 속초에서 3대째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가 단골손님들의 면면을 기록한 글입니다. 그런데 그의 기억에 남는 이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여성이라고 해도 예전의 서점을 들어서기가 쉽지 않을 만큼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에 공감이 갑니다. 한두 번 잠깐 다녀가는 것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오랫동안 머물며 책을 찾고 읽고 하는 것은 여간 내키지 않을만한 환경이었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시설과 내용을 각각의 세대와 성도들에게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는지?”

 책방이 마음의 양식을 찾는 곳이라면 교회는 영혼의 양식을 찾는 곳이기에 비슷한 구석이 많을 수 있습니다. 비좁고 정리가 안 되고 지하에 일부 매장이 있는 책방, 책이 없어서도 아니고 여성은 오면 안 된다고 읍소를 하는 것도 아닐 것인데도 기억에 남는 여성 손님이 없습니다. 여성들이 이런 환경에서 마음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던 것이 원인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원이 특정 세대가 많고 남성 혹은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면 한 번쯤 교회의 환경이나 내용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배 목사님의 교회가 지하 1층과 지상 2층로 별로 크지 않지만 성도가 꽤 많았습니다. 신축한지 5년 정도 되었고 대단지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 해 있습니다. 신축 당시 2층 건물이란 생각에 엘리베이터를 넣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젊은 엄마들이 왔다 그냥 가버리곤 하더란 것입니다. 유아실이 2층에 있기에 유모차를 1층에 놓고 올라가기를 권했는데 젊은 엄마들이 여간 불편해하고 결국 교회에 오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급히 설치했는데 무려 3배나 경비가 더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성 화장실을 안락하게 다시 리모델링 했다고 합니다.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화장실을 들어갔을 때 편안한 공간으로 느끼면 이것 또한 전도에 상당한 효과를 본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들에게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내용적인 면에서도 다양한 세대를 위한 준비가 되고 있는지도 살폈으면 좋겠습니다.

바울이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롬1:14)라고 했던 것은 다양한 세대와 민족과 부족에게 젖이나 밥으로 적절하게 공급하고자 하는 고민이 아니었을까요? 교회의 시설과 내용을 각각의 세대와 성도들에게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는지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주께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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