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정채봉’님의 『눈을 감고 보는 길』(샘터)에서 일부를 옮겨 봅니다.

유랑극단이 있었다. 가수며 마술사며 차력사며 곡예사며 모두가 한 식구였다. 공동묘지가 보이는 한 제각에서 밤을 나게 되었다. 마당 한가운데서 모닥불을 피워두고 연습을 하던 이들은 불침번 순서를 정한 다음 분장한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불침번을 선 가수는 귀신이 나올 듯한 분위기에 무서움을 느꼈다.

 그래서 다음 순서인 광대를 깨우고서 서둘러 담요 속으로 들어갔다. 바람에 문풍지 떠는 소리가 가수의 선잠을 깨웠다. 귀신이 모닥불 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지 않은가. 가수는 옆에 잠들어 있는 차력사를 깨웠다. 그리고는 간신히 말했다.

“저기 저… 모닥불 가에 귀… 귀신이….” 그러자 차력사는 벌떡 일어나서 뒷문 밖으로 내달리며 소리를 질렀다. “귀신이다아!” 가수도 곡예사도 마술사도 달아났다. 마침내 강가의 모래밭에 이른 가수는 더 이상 달리 수가 없어 푹 고꾸라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귀신도 그들 곁에 와서 쓰러진 일이었다. 그들은 일제히 놀랐다. “아니 넌, 광대 아니냐?”

 사람은 공포감에 빠지면 사물을 인식하는데 혼란을 갖게 됩니다. 야밤의 산과 들 같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젊어서 혼자서 하는 야간 산행에 푹 빠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둠을 가르며 오르는 산행은 해가 잠들어서인지 시원하고 고요했습니다. 그런데 어두운 산을 오르다보면 앞쪽 어디에선가 어떤 커다란 존재가 가로막고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 옆에서는 흔들흔들 손을 저으며 ‘이리와 이리와…’ 하고 부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바람까지 불더니 뭔가 휘이익…, 순간 뒷머리가 빳빳하게 일어섰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는데 오히려 눈은 크게 떠졌습니다. 그리고 ‘저것이 무엇일까?’ 놀라 마음을 진정시키며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동공이 열리며 달빛과 별빛을 모았는지 사물의 형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큰 바위였습니다. 이리오라는 손짓은 이슬이 내린 나뭇잎이 달빛에 아른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날아간 물체는 누군가 버려둔 과자봉지 아니면 나뭇잎입니다.

 사물의 모습이 인식되자 공포감이 물러갔습니다. 이 경험을 하게 된 뒤로 두려움이 생기면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려고 눈을 크게 뜨고 집중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 덧 어두운 산길이 평안해졌고 휘파람을 불어대는 바람소리에도 그 바람을 타고 바스락 거리는 수풀 소리에도 반갑고 정겨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틈틈이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소소한 일상을 신앙인의 모습으로 집중해야 합니다.”

작가의 글도 공포감 때문에 동료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생긴 일입니다. 두려움은 내부의 적입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미래의 불확실성에서도 발생합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면 판단력을 잃고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놓치게 됩니다. 신앙인도 삶과 믿음이 흔들려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 당장 해야 할 일 즉, 틈틈이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며 빛과 소금의 삶을 살기 위해 선한 일들을 도모하는 등 소소한 일상을 신앙인의 모습으로 집중해야 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41:10)” 하셨습니다.

도와주고 굳세게 해 줄 테니 두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라는 뜻입니다. 오늘 작은 일을 하나하나 용기를 내서 해 나갈 때 하나님을 위해서도 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일어날 때 주와 동행하기를 기도했나요? 이런 소소한 작은 일부터 해보세요. 주의 일을 성취할 수 있게 됩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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