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예수말씀연구소 소장)

Q 11:23 나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고, 나와 함께 모이지 않는 사람은 흩어진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칭호는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으로 바울과 바나바가 동사 목사로 안디옥교회에서 목회할 때, 그곳에 있는 성도에게 주어진 별명이지, 결코 명예로운 이름은 아니다. 당시 박해의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이라 예수쟁이를 비꼬는 말로 들려졌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이란 단어에서 영어인 Christian은 Christ와 ian의 합성어로 그리스도만 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I am nothing)라는 뜻이다. 이런 의미는 그리스도인의 실존에 대해 교훈한다. 그리스도 외에 ‘나는 존재 이유가 없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을 찾아서 오아시스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목을 축인 다음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은 영원히 거기서 살 수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예수님은 오아시스가 아니다. 오아시스에서 갈증을 해결한 사람과 낙타는 길을 재촉해서 떠나게 된다. 그러나 예수님은 생수와 같다. 목마른 사람들이 생수인 예수님께로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내게로 오는 자는 다시 목마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토라는 “나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고, 나와 함께 모이지 않는 사람은 흩어진다”라고 선언했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나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한다’라는 표현은 예수께서 제자를 부르면서 주신 교훈을 상기시킨다. 

마가복음 3장 14절부터 15절에는 “이에 열둘을 세우셨으니 이는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또 보내사 전도도 하며 귀신을 내쫓는 권능도 가지게 하려 하심이라”라고 함으로써 예수님께서 제자를 부르신 첫 번째 목적을 ‘자기와 함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전도와 축귀 못지않게 제자로 부름을 받은 사람은 스승인 예수의 공생애와 함께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예수님께서는 ‘나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한다’라고 하면서 마음과 행동을 같이하지 않는 제자는 결국 그 스승을 반대한다고 경고하신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공생애 초기에 하신 것이기에 아무도 가롯 유다가 배반자가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을 다 겪고 난 다음에 보니까, 바로 열둘 중에 배반자가 처음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열 한 명의 제자가 뒤늦게 깨달았을 것이다. 공동체의 정체성은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도 잃어버리지 못하도록 반복적으로 교육하는 것을 통해서 세워진다. 예수님과 함께하지 않는 제자가 예수님을 반대하는 것처럼, 민족이 처한 역사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그 민족을 반대하게 된다. 

‘역사를 모르는 백성은 망한다’라는 말씀처럼, 예수님께서는 “나와 함께 모이지 않는 사람은 흩어진다”라고 경고하신다. 흩어진 백성은 더 이상 희망이 없듯이, 예수님을 떠난 제자는 이제 제자가 아니다. 대형교회 목사들에 대해 한결같이 삯꾼들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삯꾼들은 자기 월급에 받는 일 이외에는 특별히 관심이 없다. 단지 자리를 보존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 모습이 너무나도 일상화 되어 있다.

그리스도인의 실존은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자기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을 반대하는 사람처럼 그리스도인의 실존에 위협이 되는 일이 주위에 많다.

이는 한국교회가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처한 현실이 너무나도 엄중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과거에 일제의 신사참배와 민족 상쟁의 비극을 불러온 공산주의와 맞서 생명을 걸고 싸웠던 한국교회에 얼마나 많은 순교의 피가 흘리어졌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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