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자연의 모든 생명은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중국의 진시황은 늙지 않는 약인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사람들을 전국으로 보냈다. 그는 영원히 늙지 않는 약을 구하려고 수소문을 했지만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불로초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 안에서 그 어떤 존재도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진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가 죽음의 실존 앞에서 겸손해지게 된다. 삶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초월자인 하나님 앞에서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개인의 삶과 죽음처럼 모든 자연의 개체들은 처음과 끝이 분명 존재한다. 

사람에게서 개개인의 실존은 종말이 존재한다. 한 개인의 삶과 죽음은 우리의 수첩에 남아 있다. 하지만 자연에서의 처음과 끝의 개념은 인간사와 다르다. 한 개인에게서 실존의 종말은 존재하지만, 자연 그 자체는 처음과 끝으로 나누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순환한다. 자연 안에서 한 동식물 개체의 죽음은 있지만, 자연 전체는 개체들의 삶과 죽음의 연속선상에서 자연 그 자체는 영속성을 지닌다.

사람은 한 개인의 실존이 무겁게 다가오고 받아들여지지만, 자연에서의 개체는 거대한 생태적 순환을 위한 하나의 흐름으로 본다. 거대한 아마존 생태계에서 물고기 한 마리의 희생은 자연의 순환에서 조용히 스쳐 지나간다. 자연은 순환하면서 또 다른 생명을 만들어내면서 지속된다. 생태적 순환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 안에서 개체들의 죽음은 결국 자연의 거대한 순환이라는 합목적성에 부합되어 있다. 

하지만 영원히 살 것만 같은 자연도 생명의 끝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는 순간, 영원히 생명을 이어갈 것 같았던 자연도 종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바다 속에 생명을 이어가는 한 마리의 물고기의 죽음과는 달리, 자연의 종말은 인간의 종말과도 연결된다. 코로나19가 끝날 무렵, 사람들은 피서지를 떠날 계획을 하고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관광지로 여행을 떠난다. 자연으로 사람의 손길이 미치는 순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싶은 자연은 서서히 죽음의 시간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 참 가뭄으로 큰 강의 물줄기가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엊그제 비가 와서 대지가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은 이렇게 또 다시 순환하고 있다. 하나님이 목마른 대지의 갈급함을 아시고, 자연에게 시원한 비를 내려서 생명을 이어가게 하신 것이다. 하늘 아래, 자연의 생명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순환의 연결 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자연은 영속성을 지니고 또 반드시 지녀야 한다. 자연의 흐름은 하나님의 거대한 창조 계획 속에서 순환하면서 생명을 이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을 점점 손으로 길들이려고 한다. 자연은 원래부터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푸는 것’으로만 이해해 왔다. 자연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인류에게 많은 자원을 베풀어 주었다. 

그러나 자연이 앞으로도 계속 인류에게 무조건 주려고만 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더 이상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자연에게 선물을 베풀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게 줄 선물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연을 원래부터 스스로 활동할 수 있게 만드셨다. 자연은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들의 할 일이자 자연에게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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