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은 버리고 떠나보내고 내려놓는 것을 실행하는 때다. 이사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리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쌓아두고 살았다는 것이다. 버리고 또 버려도 몇 년 살다 이사 갈 때 보면 또 버려야 한다. 어떤 이는 ‘버리기 위해 전세살이한다’고 했다. 어차피 먼 훗날 다 버리고, 놓아두고 떠나야 하는 나그넷길인데 열심히 쌓아 놓는다. 어렵게 살던 시절 아끼고 아낀 돈으로 샀던 책이나 가구는 더 버리지 못한다. 

수납전문가들이 말하는 정리 정돈 방법은 꺼내기, 과감하게 버리기, 같은 종류로 분류하기, 사용 빈도에 따라 자리 만들기, 유지하기 등 다섯 가지다. 그중에 늘 ‘버리기’가 문제다. 과감하기는커녕 미련을 떨치지 못한다. 그 물건에 의미를 부여해서 일 것이다. 2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것, 입지도 않는 옷인데도 버리질 못한다. 휴대전화 연락처를 정리하는 것도 그렇다. 연락하지도, 연락할 필요도 없는 전화번호부터 지워나가다 지우기를 망설이게 되는 번호는 결국 지우지 못한다. 많이 지웠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700명 가까이 남았다.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1993년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인맥 최대치는 평균 150명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150명은 ‘던바의 수’로 불린다. 던바 교수는 의미 있는 관계란 공항 라운지에서 만났을 때 어색해하지 않고 인사할 정도로 친숙한 사람, 초대받지 않은 술자리에서 우연히 동석해도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라고 했다. 믿고 의지하는 ‘절친’은 5명, 친한 친구 15명, 좋은 친구 50명, 친구 150명, 지인 500명, 얼굴을 아는 사람은 1,500명 안팎이다. ‘던바의 수’는 20대 초반 정점을 찍은 뒤 30대에 150명으로 정리돼 30년간 유지되다가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에 감소한다. 

전문가들은 인간관계에서 일방적인 사람, 무례한 요구만 하는 사람, 험담을 즐겨 하는 사람, 만나도 전혀 즐겁지 않은 사람 등,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정리하라고 말한다. 만남을 거절하거나 서서히 만나는 시간을 줄여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면 된다. ‘진 빠지게 하는 사람’이 뭐라 생각하든 상관없다. 인간관계는 ‘던바의 수’만으로도 충분하므로... 

세상 그 어떤 것도, 직책도, 관계도 영원하지 않다. 꼭 필요한 약간의 물건과 좋은 친구, 소중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짧은 인생, 즐겁고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려면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차피 다 버리고 빈손으로 떠나갈 나그네 인생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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