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도심의 가로수가 언제부터 이팝나무로 장식되고 있었다. 한 때 가로수에는 주로 은행나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은행나무는 가을에 노랗게 물들어서 미관에 아름다움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은행이 떨어지면서 악취를 풍기기 시작하고, 보행자들이 은행을 밟으면서 불편해서 인지 어느새 거리는 이팝나무로 바뀌고 있었다.

  이팝나무는 쌀밥처럼 하얀 꽃이 피고 생명력도 강해서 새로운 가로수로 자리 잡았다. 가로수가 은행나무에서 이팝나무로 바뀌는 것을 어느새 사람들은 서서히 알아가고 있었다.

  거리에 즐비하게 놓여 있는 인공구조물 대신 가로수를 심는 이유는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리의 가로수는 공기 정화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가로수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무엇일까? 단순히 공기를 맑게 해 주는 것 때문일까?

  우리가 길을 걸을 때 가로수가 없다고 생각해보자. 텅 비어 있는 보행자 도로에 가로수 하나 없이 우리가 길을 걸어갈 때, 자연이라는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거리의 가로수는 인공 구조물로 가득한 곳에 자리 잡은 자연의 공간이다. 신호등에서 파란색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가로수에서 잠시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도 있다. 나무가 자리 잡고 있는 그 자체가 인류에게 선물인 것이다. 가로수는 태양열을 흡수해서 도심의 열섬을 막아주고 온도를 낮춘다. 거리의 자동차 매연 뿐만 아니라 소음까지 차단하면서 방음효과를 제공한다.

  이팝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단순한 매연이나 소음 차단 그리고 도시의 미관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준다. 자연에 가장 가까운 환경일수록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낀다. 사람의 신체도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여름에 휴가를 떠나는 장소를 가장 자연친화적인 산이나 강을 찾는 이유도 바로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이다. 우리의 몸이 가장 자연적인 곳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자연은 인간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일수록 더욱 그 생명력이 강하다. 코로나가 한창 확산될 때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유명한 관광 장소로 여행을 자주 떠난다. 휴가철이 되면 사람들은 여기저기 아름다운 자연의 숲으로 여행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관광 명소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면서 서서히 자연은 평소와 다르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때, 자연은 사람의 발걸음이 멈추면서 다시 생명력을 얻고 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멈출 때, 자연은 오히려 다시 회복되고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던 자연의 숲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면서 사람들 대신 야생동물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로나의 역설은 우리에게 생태계의 복원과 관련한 많은 과제를 남겼다.

  자연은 하나님이 태초에 만드신 그 순간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기 시작할 때,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푸름은 서서히 회색으로 변해가고 말 것이다. 자연은 하나님의 완벽한 작품이다. 하늘과 나무 그리고 거대한 바다와 호수가 어울려져 있는 위대한 작품에 사람이 색을 입히거나 다시 연필로 그릴 필요는 없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존될 때, 그 생명력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거리의 이팝나무가 한창 피어 있다. 이팝나무는 전설로 남아서 우리 곁에서 자연을 선물하고 있다. 거리를 걸을 때, 잠시 이팝나무의 아름다움에 빠져 대자연의 메시지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5월이 되었으면 한다. 이팝나무의 전설은 우리에게 자연을 선물하고 내년에 다시 우리 곁에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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